"이번에 노이즈마케팅 돼 최인호 의원에게도 좋을 것"

복건우 2023. 8. 2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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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문제해결 의지 없는 관악구의회... 의장 묵묵부답, 국힘 "가짜뉴스", 민주당 "개인신념"

[복건우 기자]

 
 21일 오후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는 최인호 관악구의원(국민의힘) 의원연구실의 모습.
ⓒ 복건우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회 3층은 매우 고요했다. 구의원들이 일하는 의원연구실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날 대다수 의원은 '2023 을지연습' 참여로 공석인 상태였다. 다만 '여성안심귀갓길 폐지' 비판을 받고 있는 최인호 관악구의원(국민의힘)의 경우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다"고 같은 당 동료 의원이 전했다. 최 의원 방의 불은 꺼져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서울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숨지면서 여성안심귀갓길을 없앤 최 의원과 관악구의회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오마이뉴스>가 관악구의회에서 만난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문제 해결 자체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관련기사: '여성안심길' 없앤 관악구의원, 등산로 성폭행 살인에 사퇴 요구 비등 https://omn.kr/25a48).

게시판에 쌓이는 사퇴 촉구 글

이날 3층 의원부속실에서 기자와 만난 국민의힘 소속 구자민 구의원은 최 의원을 둘러싼 보도들이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여성안심귀갓길 관련) 예산이 사라진 것도, 집행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며 "불필요하게 나누어져 있던 예산을 (도시재생과로) 정리한 것이지, 이것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시발점이 '여초 카페'인 것으로 안다. 이번에 노이즈마케팅이 됐으니 최 의원한테는 좋을 것"이라며 "기초의원 중에 그만큼 뉴스 나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냐"라고 덧붙였다.

구 의원은 관악구의회 누리집에 올라온 최 의원 사퇴 촉구 글에 대해 "특정인을 비방하는 만큼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누리집은) 의회 전체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는 곳으로 쓰여야지, 게시판처럼 쓰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관악구의회 누리집에는 '여성안심귀갓길 폐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최 의원', '성인지 감수성 교육 좀 받으세요' 등 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1400여 건 올라왔다(오후5시 기준).
 
 관악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최인호 구의원 사퇴 촉구글.
ⓒ 관악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종윤 구의원은 "지난해 본예산 심의 때 최 의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의원 전체의 동의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구민 전체를 위한 타이틀로 갈 것이냐, 특정 계층을 위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냐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며 "여성을 위한 특정 정책에 대해 관악구의회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 의원이) 구민의 선택을 받아서 의회에 계시는 만큼 개인의 신념을 정책적으로 발언할 자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구의원 22명 중 여야 구성이 반반(11대 11)인 만큼 사회적으로 정쟁이 될 만한 이슈를 가급적 의회로 끌어오지 말자는 내부 합의가 있다"며 "이미 결정이 이뤄진 사안인 만큼 앞으로 의회 안에서 공론화할 과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운영위원회 간담회에선 최 의원 사퇴나 여성안심귀갓길 등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관악구의회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임춘수 관악구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에게 전화·문자메시지로 연락했으나 "죄송합니다. 나중에 전화드릴게요"라는 메시지 외에 답을 듣지 못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외부 일정으로 (임 의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밝혔다. 

여성계 "좌표 찍기? 자신의 위치 인식 못해"
 
 최인호 관악구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9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카드뉴스 일부
ⓒ 최인호 페이스북 캡처
 
최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범죄가 발생한 해당 지역구 의원은 아니지만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안심골목길 예산을 증액했다는 사실로 여초 사이트에 좌표가 찍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며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이때다 싶어 광인처럼 날뛰는 성특권파시즘 세력과 타협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최 의원이 '여성 지우기' 행보를 펼치며 여성혐오 정서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관악구에서 출근하던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음에도 최 의원은 정치적으로 해명하기 보다는 '페미니스트의 좌표 찍기'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위치와 권한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이 있을 때 반대 세력이 '모든 이의 생명도 중요하다(All lives matter)'고 주장한 것처럼 최 의원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라며 "여성에게 특정된 차별과 폭력에 구조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최 의원이) 여성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모든 예산, 정책, 직제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는 정책을 둘러싼 토론과 협의가 어려운 상태로 봐야 한다"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조치는 다른 계층의 이익을 뺏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구의원들이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협의와 제지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21일 오후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는 최인호 관악구의원(국민의힘) 의원연구실의 모습.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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