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보복 카드 꺼낸 中 "3국 정상, 중국 먹칠 하고 내정 간섭"
21일 중국 외교부가 지난주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중국을 먹칠·공격하고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일·한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대만·해양 관련 문제에서 중국을 먹칠·공격하고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중국과 주변 국가의 관계를 고의로 이간질했기에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며 이미 엄정한 교섭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엄정한 교섭’은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는 중국식 외교 표현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왕 대변인은 격앙된 목소리로 자국의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이 미·일·한 동반자 관계가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밝히지만, 중국은 미국이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동맹 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는 태도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고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멈추고, 분열과 대항을 조장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현재 아·태 지역에는 두 가지 추세가 출현했다”며 “하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대표로 지역 국가들이 단결·협력하는 노력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영국·호주(AUKUS), 미국·일본·한국, 미국·일본·인도·호주(QUAD) 등 각종 폐쇄·배타적인 ‘패거리’를 대표로 분열과 대결을 선동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전자에서 미국의 그림자는 볼 수 없고, 후자는 모두 워싱턴을 축심(軸心)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도 언급했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 통일을 쟁취하겠다는 전망을 견지한다”며 “관련 국가가 진정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심이 있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독립’ 분열 세력 및 분열 활동을 부추기거나 지지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추동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불에 타 죽을 것”, “머리가 깨질 것” 등 과거 레토릭까지 사용하지 않아 캠프 데이비드 회담 문건에 대한 중국의 평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 및 부근 해역에서 논쟁 불가능한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이 본국 영토에서 전개하는 건설 활동, 중국 관할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의 권익 수호와 법 집행 활동은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며 비난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도 언급했다. 이번 미사일 경보 공유 시스템이 지난 2017년 한·중간 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사드 3불’에 위배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드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우려를 한국 측이 잘 알고 있고, 양측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이 양측의 관련 공동인식에 따라 이 문제를 계속해서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국은 한·미·일 대신 대만을 향해 경제 보복 카드를 휘둘렀다. 이날 주펑롄(朱鳳蓮)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올해부터 대만에서 수입한 망고에서 검역성 유해 생물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부터 대만산 망고의 수입 중단을 결정하고 대만에 식물 검역 관리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전후로 대만 업체 100여곳의 식품의 수입과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스인훙 교수 “공화당 백악관 다시 차지할 가능성 여전”
중국의 미국 전문가는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담의 한계를 강조했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미국연구센터 주임)는 이날 중앙일보에 보내온 회담평에서 “한국은 1위 무역 파트너인 중국 시장에 대해 필연적으로 커다란 염려가 존재하고, 한국 여론에 적지 않은 반일·혐일 목소리가 여전하며, 일본 우익에는 강력한 혐한 정서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일방주의 색채가 농후한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스 교수는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일 동맹, 한·미 동맹, 한·일 전략적 협력까지 삼각 협조가 긴밀해지면서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진입했다”고 이번 회담의 의의를 인정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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