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지금은 네이버의 네 번째 전환점”…AI 공개 앞두고 출사표 쓴 네이버
최신 AI 언어모델 공개까지 사흘 앞둔 네이버가 출사표를 먼저 내놨다. 오픈AI나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하는 생성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네이버만의 강점을 찾겠다는 다짐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네이버가 기술 경쟁력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무슨 일이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1일 ‘AI 시대 속 네이버의 경쟁력’이라는 제목의 최고경영자(CEO) 주주 서한을 통해 생성 AI 기술에 대한 네이버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최 대표가 주주 서한을 보낸 건 지난 5월 이후 두 번째다.
24일 네이버가 공개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선보인 AI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네이버는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한 대화형 에이전트 ‘클로바X’, 검색 서비스 ‘큐(Cue:)’ 등 소비자를 대상(B2C) AI 서비스를 대거 선보인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기존의 네이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도 출시하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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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생성 AI가 태풍처럼 몰려오는데 네이버는 플랫폼 시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 이번 주주 서한은 챗GPT가 쏘아올린 생성 AI 경쟁 국면에서 네이버가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주주 총회가 아닌 서비스 공개를 앞두고 주주 서한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도전에 직면한 네이버의 각오와 절박함이 엿보이기도.
◦ 네이버의 기술력: 네이버가 2년 전 공개한 하이퍼클로바의 매개변수 규모는 오픈AI의 GPT-3(1750억 개)보다 많은 2040억 개. 하이퍼클로바X의 매개변수 규모는 이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GPT 3.5 기준) 많이 학습했다”고 강조한다. 최근 3~4년 간 네이버가 밝힌 AI 투자 비용은 1조원 이상. 최 대표는 “기초 연구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연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시장: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 AI 기술 경쟁은 이미 언어와 시장의 장벽을 넘은 지 오래다. 구글은 지난 5월 생성AI 챗봇 ‘바드’를 공개하며 영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바드를 업데이트해 영어·한국어·일본어 3종에 머물렀던 바드의 언어 종류를 46종으로 확대했다. 비(非)영어권 국가에 진출해 해당 국가의 정치 및 문화적 맥락에 맞는 AI 모델을 지원하겠다는 네이버와 구글은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들 말고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경쟁자들도 많다.
네이버의 네 번째 파도
이날 서한에서 최 대표는 네이버의 성장을 이끈 네 번의 기술 전환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과거 주요 전환기 때마다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은 네이버의 존립에 있어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며 “숱한 위기에서도 네이버는 한층 더 견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인터넷 산업의 전환기를 검색(1999∼), 모바일 전환(2007∼), 전자상거래 vs. 소셜미디어(2014∼)로 분류하고 현재 생성AI로 네 번째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그 어느 경쟁 플랫폼도 보유하지 못한 고품질의 광범위한 개인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자신했다. 그 근거로 국내 검색어 점유율 1위, 국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도 서비스, 240만개의 오프라인 상점ㆍ식당에 대한 로컬 리뷰, 차별화한 콘텐트 소비(뉴스,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 15억개 이상의 상품과 11억개의 리뷰를 보유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월 1억건 이상의 결제 처리 건수를 들었다.
B2B 공략하는 하이퍼클로바X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네이버는 10월부터 B2B 시장 확대에도 나설 전망이다. 최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 보안, 사내 리소스 등의 제약으로 인해 자체적인 AI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은 샘플 데이터로도 AI를 쓸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용 AI 솔루션 ‘클로바 스튜디오’를 10월에 출시하고,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에 보안을 제공하는 ‘뉴로클라우드’도 선보인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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