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받으려면 100억 이상 투자받아야” vs “진입장벽 너무 높아”
벤처기업 창업자가 외부 투자를 받아 지분율이 떨어져도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복수의결권’ 도입과 관련한 정부 안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문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투자 유치 규모가 과도하게 높게 설정됐다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의 세부 사항을 담은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창업한 후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하며, 마지막에 받은 투자는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또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즉시 전환된다. 비상장 벤처기업은 11월 7일부터 주주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거쳐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으며,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된다. 입법예고는 오는 10월 2일까지 42일간 진행된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 유치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받고, 기업공개(IPO)를 하더라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영국·싱가포르 등 17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한국은 지난 5월 국무회의 의결로 도입이 결정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신선식품 유통 업체인 컬리의 IPO 준비 당시 도입 필요성이 불거졌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6.25%로, 상장 이후 의결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반면 쿠팡은 미국에 상장하면서 현지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을 활용해 지분 10.2%를 보유한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의결권을 76.7%로 높였다.
스타트업·벤처기업계에선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진입장벽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5인 이하 직원을 가진 신생 업체는 100억원 넘는 투자 유치는 사실상 어렵다”며 “컬리나 무신사 같은 스타 스타트업에 혜택이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스타트업 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100억원대 이상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돼 복수의결권 수혜 기업이 나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이에 대해 “복수의결권 제도가 혁신 벤처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주평등원칙 위배, 경영권 승계 악용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무능력한 경영진까지 과도하게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될 우려도 있다. 윤재호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는 “회사가 갑자기 성장했을 때 대표의 의결권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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