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리포트] 최악의 투수였던 후지나미 신타로, 반등의 시간이 다가왔다?

차승윤 2023. 8.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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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오리올스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질주는 올해도 엄청나다. 지난 8월 10일, 정규시즌 10승을 달성한 오타니는 야구 역사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 10승과 40홈런을 동시 달성한 선수는 2023년의 오타니, 단 한 명뿐이다. 2023년도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오타니와 한때 일본프로야구(NPB) 왕좌를 두고 자웅을 겨뤘던 라이벌이 있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입단해 현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뛰고 있는 후지나미 신타로다. 고시엔의 슈퍼스타였던 그는 오타니와 동갑내기이자 프로 입단 동기였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선 총 4개 팀의 동시 지명을 받았다. 미국 야구 전문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따르면 “오타니보다 더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 스카우트도 다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둘의 미래는 극명하게 갈렸다. 과거는 물론 나란히 MLB에서 뛰고 있는 2023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한쪽의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게티이미지


후지나미는 2022시즌 후 MLB 진출을 선언했다. 후지나미의 외침에 답한 곳이 오클랜드였다. 지난 1월, 후지나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오클랜드와 1년 32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시범경기 때까진 분위기가 괜찮았다. 오타니와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첫 경기에서 2이닝 1피안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이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종 18과 3분의 2이닝 20탈삼진 평균자책점 3.86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했다. 

오클랜드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게티이미지


후지나미의 최고 100마일(161㎞)짜리 패스트볼이 MLB에서 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에겐 ‘리그 최악의 투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첫 선발 4경기에서 후지나미가 내준 점수는 무려 24점. 평균자책점은 14.40에 달했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뒤에도 꾸준했다. 계속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고, 7월이 돼서야 간신히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게티이미지


포스팅 계약 당시 오클랜드는 후지나미의 구위에 신뢰감을 나타냈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들은 고교 시절부터 후지나미를 유심히 관찰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후지나미의 선발 등판 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없이 챙겨 봤고, 팀 내부적으로 꾸준히 긍정적인 평가가 오갔다.  

후지나미의 잠재력을 믿었던 오클랜드는 그가 부진하던 와중에도 계속 기회를 줬다. 시즌 초반 매주 토요일 등판으로 6일 휴식을 보장하며 배려해줬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오클랜드의 굳은 믿음 속에 후지나미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변화를 시도했다. 분명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결과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후지나미의 7월 성적은 12경기 출전 14와 3분의 1이닝 19탈삼진 5실점. 범위를 좀 더 넓혀서 보면 최근 28경기(20일 기준)에서 30과 3분의 1이닝 평균자책점 3.86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중 키킹을 장착한 5월 26일 전(왼쪽)과 후 후지나미 신타로의 직구 릴리스 포인트 분포도. 장착 후 릴리스 포인트 변화가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다. 자료=베이스볼 서번트


지난 5월 15일, 오클랜드 불펜코치 마이크 매카시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후지나미의 변화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풀었다. 우선 후지나미는 포심 패스트볼(포심), 스플리터, 컷 패스트볼(커터) 등 3가지 구종에만 집중했다. 불펜으로 내려간 4월 27일부터 포심, 스플리터, 커터의 비중은 전체 투구의 95%였다. 

손보기 전 후지나미 신타로의 투구 폼. 사진=중계 화면 캡처

후지나미 신타로의 투구 폼. 이중 키킹을 추가한 후 구속과 제구 안정을 얻었다. 사진=중계 화면 캡처


일본 시절부터 지적받았던 투구폼도 손봤다. 매카시의 말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홈플레이트를 향해 내딛는 발, 즉 왼발을 단단히 고정한 상태에서 전보다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데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타자를 마주 보며 시작했던 와인드업 자세를 버렸다. 대신 주자가 없는 상황을 기준으로 이중 키킹 동작을 추가했다. 

더 나아가 후지나미는 생체 역학적 관점에서 골반–어깨–팔꿈치 순의 올바른 에너지 전달을 의식하며 공을 던졌다. 휴식 일에도 공 없이 마운드 위에서 시뮬레이션하며 그 느낌을 찾는 데 집중했다. 당초 릴리스 포인트, 앞발을 내딛는 보폭 등 '보이는 동작'에 집중했던 과거와 확실히 대조적인 부분이었다. 

그 결과 이중 키킹을 시작한 5월 28일부터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7.1마일에서 99.5마일로 상승했다. 상하좌우로 크게 흔들리던 릴리스 포인트도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적 후 꾸준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게티이미지


전 한신 타이거스 투수 코치인 나카니시 키요오키는 지난 7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지나미의 변화된 투구폼에 대해 “현재는 상하체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체중이동이 전보다 잘되고 있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

안정된 투구폼 속에서 후지나미의 9이닝당 볼넷은 7.81개에서 4.01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47.7%로 리그 평균 이하의 스트라이크존 투구 비율을 기록했던 후지나미는 어느덧 51.6%로 리그 평균(49.2%)을 상회하는 투수로 변모했다. 

여전히 후지나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2번째로 높다. 하지만 최근의 퍼포먼스는 분명 이전과 눈에 띄게 달랐다. 

그리고 7년 만에 가을 야구를 노리는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후지나미라는 ‘코인’에 또 한 번 베팅한다. 7월 20일 오클랜드와 볼티모어는 후지나미의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했다. 이적 후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여전히 '미완의 원석'에 가깝지만, 피안타율 0.146을 기록하는 등 조커 카드로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과연 후지나미가 달라진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조만간 후지나미가 라이벌, 오타니보다 더 빨리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장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한규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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