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년 만에 전경련 돌아온다…SK·현대차·LG도 ‘초읽기’

박해리 2023. 8. 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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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모습.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처음 등장하는 명칭이 아니라 1961년 전경련의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의 이름이었다.연합뉴스


삼성과 SK·현대차·LG 등 재계 4대 그룹이 22일 열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임시총회에서 회원사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2017년 탈퇴한 지 6년여 만에 전경련에 ‘컴백’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계 구심점’ 역할 회복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회원사 자격을 전경련으로 승계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전경련이 임시총회에서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면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18일 오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끝난 후 삼성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특수 관계인과 보험 거래 등 주요 안건을 검토하면서 전경련 회원 승계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사회에 “한경협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한다”는 준감위의 권고안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원사 자격 승계에 관한 사안은 이사회 의결 안건이 아닌 만큼 6명 개별 이사들의 찬성·반대 의견을 묻는 과정은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한경연 회원 자격 승계에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으로 전경련 가입을 승인한 것이 된다.

삼성SDI와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4개서도 이날(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준감위와 이사회의 반대에 따라 합류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한경연에 가입한 삼성 5개사 중 삼성 준감위와 협약을 맺지 않은 유일한 회사지만, 준감위 권고를 참고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 삼성증권 경영진이 최종 반대 결정을 내리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4곳만 회원 승계가 이뤄진다.

SK그룹도 한경연 회원사인 SK㈜·이노베이션·텔레콤·네트웍스가 각사 이사회에 현안 보고를 마쳤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현대건설·모비스·제철)과 LG그룹(㈜LG·LG전자) 역시 내부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한다고 해도 회비 납부나 회장단 합류 등 ‘실질적인 참여’는 향후 그룹별 별도의 이사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4대 그룹 그동안 한경연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회비 납부는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안건은 전경련에 새로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회원 자격을 이관하는 건이기 때문에 회비 납부 등 기관 운영에 대한 논의는 아직 오가지 않았다”며 “회비나 기금 출연에 관한 사항이 결정되면 이사회를 거쳐 공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앞 국기게양대에 전국경제인연합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경협은 처음 등장하는 명칭이 아니라 1961년 전경련의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의 이름이었다.연합뉴스


전경련은 이번 임시총회에서 4대 그룹 회원 승계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기존 회원사들에 찬반 여부를 묻는 과정으로 재계는 특별한 이의 제기 없이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신임 회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 추대 ▶김병준 상임고문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4대 그룹은 아직 회원사가 아닌 만큼 총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새로 출범하는 한경협의 윤리헌장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경협이 앞으로 지켜야 할 ‘기업윤리 헌법’으로 협회의 독립성을 지키고,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기구인 윤리위원회도 신설한다. 윤리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들은 새로 출범하는 회장단이 향후 선임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한편으로 회원사 유치와 새 회장단 구성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전경련에는 포스코와 에코프로 등 기업들이 가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플랫폼이나 게임 등 테크기업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새 회장이 선임되는 만큼 새로운 회장단이 구성될 수 있도록 추가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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