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석 앉은 국정원…'간첩혐의' 민노총 간부 北 접선 방법 깠다
‘옛 강원친구에게 연락선(메일주소 등)을 알려줘라’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 국장 석모(52)씨가 2022년 4월 북한 공작원에게 이런 지령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48)씨의 수첩에서 석씨의 지령문 속 메일 주소를 발견하고 김씨도 간첩 활동을 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림막 치고 증인석 앉은 국정원 직원
21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 심리로 열린 석씨 등 전직 민주노총 간부 4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두 번째 공판에는 A씨 등 국정원 수사관 4명이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피고인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압수수색에 참여하고 조서 및 압수수색 목록 등을 작성한 이들이라고 한다. 국정원 직원의 신원 보장 등의 이유로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A씨는 “석씨가 북에서 받은 지령문을 통해 ‘김씨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락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석씨가 받은 지령문 속 ‘강원친구’가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씨라는 것이다.
김씨가 북한 공작원과 주고받은 영문 메일 일부도 공개됐다. “(통신) 장비가 망가졌다. 코로나로 망가진 장비를 고칠 수 없다. (김씨)” “망가진 장비는 즉시 파기하라. (이 장비를) 버렸는지 안 버렸는지 알려달라(북한 공작원)” 등이다. 검찰이 “코로나로 해외 접선이 어려워지자 이들이 메일로 연락한다고 판단했느냐”고 묻자 A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오후 재판엔 석씨 등 3명이 2017년 9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장면을 촬영한 국정원 직원 B씨가 증인석에 앉았다. 검찰은 국정원이 촬영한 피고인들과 북한공작원이 찍힌 영상 캡처본을 공개했다. 석씨 등이 북한 공작원이 함께 있는 모습은 없었지만 한 장소에 따로 들어갔다가 따로 나오고, 도로를 사이에 놓고 떨어져 이동하는 모습 등이 찍혔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영장 제시 등 관련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개한 영상 캡처본에 대해서도 “이동하는 것이지 북한 공작원을 따라간다는 근거가 없다” “캄보디아라는 낯선 곳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눈 맞출 수도 있는 건데, 눈 한 번 맞췄다고 따라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냐”고 따졌다. 호텔 복도에서 촬영한 영상에 대해선 “영장을 받고 촬영한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석씨와 북한 공작원이 부채처럼 손으로 부치고, 종이를 흔들면서 상호 인식하고 전화 통화하는 듯한 영상이 있다”고 반박했다. 석씨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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