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 애인과 다툰 날엔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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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 기사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제목은 결혼 이야기이지만, 내용은 이혼 이야기인 영화. 다 보고 나면 아무리 화가 나도 이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영화가 <결혼이야기(2019)>다.
▲ 영화 결혼이야기 포스터 |
ⓒ 넷플릭스 |
볼수록 잘 만든 포스터. 서로의 생각과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이들이 왜 갈라서게 되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자신의 이혼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도 쓰고 연출도 한 영화인데, 전부인인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에게 허락은 받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무척 사실적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
줄거리는 단순하다. 니콜(아내 역, 스칼렛 요한슨)은 결혼 생활이 지속될수록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잃어가는 것 같아 불안하다. 남편은 승승장구하는데 자신은 남편의 그림자에 점점 더 가려지는 것만 같다. 찰리(남편 역, 애덤 드라이버)는 그런 니콜의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이가 멀어지던 둘은 결국 이혼에까지 이른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묻는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로라 던)에게 결혼 생활과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를 처음으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니콜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하고 싶었을텐데 들어주지 않는 남편과 혼자 수많은 밤을 고민했을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 속얘기를 처음으로 들어준 변호사에게 결국 니콜은 마음을 내주고 이혼 과정도 맡긴다.
이혼 과정은 남편과 아내, 두 사람이 주인이어야 하는데 이후엔 각자의 변호사들이 주인이 되어 버린다. 그 과정 동안 변호사들의 배만 불려 주고, 당사자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만 남게 된다. 단지 지고 싶지 않아서 계속하는 게임에서 서로는 더욱 더 남김없이 패할 뿐이다.
나는 영화 중 명장면 중 하나로 니콜과 찰리가 길고 긴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둘은 온갖 인신공격과 함께 서로의 가족까지 들먹이면서 말로 심하게 싸운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그 장면을 보며 정말 공감이 됐다. 부부가 싸우고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말다툼이 벌어지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비수를 꽂으며 한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서로에게 어떻게 상처를 줄지도 너무나 잘 안다. 이번 싸움에서도 내 약점을 골라가며 꽂아댄 남편의 비수가 아직도 쓰라리다.
극 중, 상대를 향해 "당신이 죽을 병에 걸리고 차에 치어 죽어버리면 좋겠어!" 라고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는 자기가 한 말에 자기가 먼저 무너져 내리는 찰리. 그는 주저앉아 오열하면서 니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니콜도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이혼 과정은 그날 이후 서로 적당히 포기하면서 마무리된다.
돌아보면 나도 그랬다. 울고 격분하면서 서로에게 비수를 꽂아댄다. 그렇게 감정을 다 쏟아놓고 나면 내가 한 말을 내가 들으면서 상대에게 미안해진다. 그러고나서 누구든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면, "나도 미안해" 하게 되고, 그제서야 화해가 시작된다.
이 과정은 남들이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들에겐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그 힘들고 어려운 걸 남들이 보아도 이해가 가도록, 이 영화는 설득력 있게 표현해주고 있다.
영화가 다룬 건 이혼 이야기인 것 같지만, 결국 돌이켜 보면 제목처럼 결혼 이야기이다. '결혼해서 부부로 산다는 건 이런 거야'라고 영화는 말해준다. 주변에 결혼하고 싶은 커플이 있다면 꼭 한번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래도 결혼할거냐고, 감당할 용기가 있느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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