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초급간부 혐의 뺀 국방부…野 "대통령실 힘, 뻔뻔하다"
국방부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병대 순직사고' 사건을 재조사한 결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들의 혐의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대대장 등 중령 2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을 거듭 주장하며 특검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상대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조사 결과를 이첩하는 과정에서 유 법무관리인이 '특정 혐의와 인물을 제외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사건을 조사한 박 대령이 지난달 30일 혐의가 있는 관련자 8명의 사건을 경찰에 넘긴다는 내용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는데 다음날 유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통화를 걸었고 그 내용이 외압으로 느껴졌다는 것이 박 대령의 주장이다.
아울러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사건 관련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채 상병과 같이 수색 활동에 참여한 부사관·위관급 장교 등 초급간부 등 6명은 혐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채 상병에게 "허리까지 입수해 수색하라"고 직접 지시한 대대장 등 중령 2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부터 초급간부까지 총 8명을 모두 과실치사 혐의자로 포함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재검토해 2명으로 압축한 것이다.
민주당 "사단장과 근무한 대통령실의 힘 아니곤 불가능"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설마 했는데 끝내 해병대 1사단장 봐주기로 결론을 내리다니 정말 뻔뻔하다"며 "수사 외압 의혹마저 불거지며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었는데도 끝내 면죄부 결론을 밀어붙이다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병대 1사단장과 함께 근무했다는 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힘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결론"이라며 외압 의혹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나에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내로남불의 정의관이 윤석열 정권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며 "윗사람의 잘못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가 윤석열식 공정과 정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가에 충성하고 명예와 정의를 지키려 한 참 군인은 핍박받고, 개인적 인연에 연연하며 권력에 기댔던 자들은 대접받는 세상이 윤석열 대통령이 만드는 나라의 실체인가"라며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통해 채 상병의 한을 풀어주고 참 군인을 지켜내겠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서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에 대해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가세했다.
박 의원은 "순직한 해병의 죽음에 사단장의 책임은 결국 지워지고, 고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현장지휘관은 박정훈 대령이 지목한 8명의 혐의자 중 2명만 경찰에 이첩됐다"며 "정권의 주문 맞춤형 국방부 재조사 결과는 대통령실 가이드라인의 충실한 반영인가"라고 했다.
이어 "지휘책임과 관리운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인가"라며 "지휘책임이 명확한 임 사단장 살리기, 그리고 정권의 수사단장 찍어내기가 정말 눈물겹다. 이 일은 결코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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