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바둑 황제' 등극 코앞…응씨배 우승 딱 한 판 남았다
신진서의 바둑 황제 등극이 눈앞에 다가왔다. 한 판만 더 이기면 된다.
신진서 9단이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결승 3번기 1국에서 중국 셰커 9단에게 253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3번기 승부에서 선승을 거두면서 신진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남은 두 판의 결승전 중 한 판만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23일 열리는 결승 2국에서 신진서가 백을 잡는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덤 7집 반을 적용하는 응씨배는 백이 유리하다.
결승 1국은 신진서의 무난한 승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반전 우변 전투에서 신진서가 잇단 완착을 두면서 셰커의 중앙 백 세력이 두터워졌다. 초반 정석부터 흑이 유리한 바둑이었는데, 순식간에 판세가 역전됐다.
불리해진 형세를 알아챈 신진서가 결단을 내렸다. 장고 끝에 중앙 백 세력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좋게 말하면 승부수였지만,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보다 한 발짝 더 들어간 무리수였다. 그러나 셰커가 정확히 응수하지 못했다. 형세를 지나치게 낙관했는지, 받아치지 못하고 물러섰다. 기세를 탄 신진서가 강수를 연타했고, 그때마다 셰커는 후퇴를 거듭했다. 그사이 전세가 다시 뒤집혔고, 한 번 기울어진 형세는 가파르게 흑 쪽으로 넘어왔다. 셰커가 뒤늦게 승부수를 날렸지만, 오히려 좌하귀 백 대마만 잡혀 버렸다. 셰커가 항복을 선언했을 때,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는 흑 승리 확률 99%를 가리키고 있었다.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오늘 바둑은 중반에 행마가 꼬이면서 나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상대가 느슨하게 두면서 기회가 왔던 것 같다”며 “내일 하루 쉬는데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마음가짐을 자 다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바둑TV에서 결승전 해설을 한 박정상 9단은 “신진서의 노련함과 승부 호흡이 빛난 대국이었다”며 “날렵하고 신속하게 적의 약점을 파고드는 모습이 초대 응씨배 결승전의 조훈현 9단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만 재벌 잉창치(1914~1997) 선생이 1988년 창설한 응씨배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기전이다. 우승 상금이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로 단일 바둑 대회 상금 중 제일 많다.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3400만원)이다. 4년마다 대회가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제9회 대회는 코로나 사태로 파행을 거듭하다 원래 계획보다 약 3년 늦게 결승전이 열렸다.
2012년 입단한 신진서는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모두 4차례 우승했다. 삼성화재배와 춘란배, 그리고 LG배 두 차례. 이번에 응씨배마저 거머쥔다면 신진서는 명실상부 세계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모두 8번 열린 응씨배에서 한국은 5번이나 우승했으나 2009년 6회 대회에서 최철한 9단이 우승한 뒤 14년간 중국에 우승컵을 내줬었다. 이번에 신진서가 우승하면 한국은 14년 만에 응씨배 우승컵을 탈환하게 된다.
응씨배는 잉창치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이 적용된다. 제한시간이 각 3시간인데, 초읽기 대신 추가시간 20분이 주어진다. 추가시간은 모두 2회 사용할 수 있으나 1회 사용에 벌점 2점을 내야 한다. 추가시간 2회를 다 쓰면 시간패를 당한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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