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개시 검토"

이영희 2023. 8. 21. 17: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부터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시작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NHK가 21일 보도했다.

NHK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관해 어업인의 이해가 일정 정도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해 24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일정은 22일 기시다 총리,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와타나베 히로미치(渡辺博道) 부흥상 등 관계 각료가 참가한 회의에서 정해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가 20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찾아 오염수 방류 관련 시설을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총리관저에서 사카모토 마사노부(坂本雅信)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회장과 만났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방류가 완료될 때까지 어업인들의 생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지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처분에 대한 정부 방침을 이해해주길 다시 한번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사카모토 회장은 "반대라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과학적 안정성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어져 왔다"고 답했다. 여전히 방류에는 반대지만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는 뜻으로, 불편한 심경 가운데도 정부의 결정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카모토 회장은 총리에 앞서 이날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을 만난 자리에서도 "(어민들은) 수십 년의 오랜 방류라는 데 엄청난 불안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 "저희의 유일한 소망은 평온하게 어업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결정하면서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전어련에 문서로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오염수 방류 후 풍평(소문) 피해 대책 지원용으로 300억엔(약 2800억원), 어업 지원용으로 500억엔(약 4600억원)의 기금을 각각 마련한 뒤 설득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어민단체들은 30여년 간 방류가 계속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일 정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더 이상 방류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기자들에게 "(오염수 방류는) 오랜 기간 이어질 원전 폐로를 진행하기 위해 불가결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미국 측에 대략적인 방류 시작 일정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인 20일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방류 관련 시설을 시찰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은 "정부가 이달 내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기로 하고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9월부터 후쿠시마현에서 저인망 어업이 시작되는 만큼, 그 전에 방류를 개시한 뒤 바닷물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안전성을 어필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방류 후 여론 악화 가능성도


하지만 정부가 어민들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방류를 밀어붙인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면 정권 지지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로 21일 발표된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진 33%를 기록했다. 20일 보도된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지난달보다 0.7%포인트 하락한 33.6%였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수용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오염수 방류 찬반을 묻는 질문에 교도통신 조사에선 찬성 30%, 반대 26%로 찬성이 앞섰다. 아사히 조사에서도 찬성이 53%, 반대가 41%로 나타났다. 찬성 51%, 반대 40%였던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찬성이 미미하게 늘어났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여전하다. 아사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오염수 방류 후 발생하게 될 풍평 피해에 대한 정부의 준비가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81.9%에 달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