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멀어도 괜찮다" 애 있는 3040 32%, 집 고를 때 이것 봤다
예비 초등학생 딸을 둔 세무사 이모(45)씨는 올 초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서울 노원구 중계동으로 이사했다. 세무사사무실이 의정부에 있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중계동의 전용면적 84㎡(33평형) 아파트를 9억원대에 샀다.
중계동은 대치동·목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지’로 불린다. 이씨는 “이전보다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길어지고 집 사느라 은행 대출도 2억원 정도 받았지만 아이 교육환경이 좋아져 만족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있는 30·40세대가 집을 선택할 때 주거비나 직장과의 거리보다 자녀 교육 여건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소득이 높을수록 뚜렷했다. 21일 국토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3040 유자녀 가구의 내 집 마련과 출산, 선택기준과 방해요인’ 보고서를 펴냈다. 전국 30~40대 중 만 19세 미만 자녀를 둔 3042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514만6000원이고 맞벌이 가구는 전체의 56.5%였다. 평균 가구원 수는 3.8명. 주택 유형은 주로 아파트(77.8%)였다. 서울(63.3%)보다 광역시(85.4%), 도 지역(81.8%), 인천·경기(76.7%)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았다.
현재 사는 집을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학교·학원 등 자녀교육 여건(32.4%)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주택가격·임차료(24.4%), 직장 거리(17.1%), 주거환경(12.7%), 양육 도움(9.1%), 자산 가치(3.9%) 순이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교육의 중요도는 높아졌다.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경우 집 선택 때 집값 등 주거비(36%)가 자녀 교육(27.2%)보다 중요하다고 한 반면,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가 자녀 교육을 1순위로 꼽은 답은 34.9%에 달했다. 주거비(17.4%)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자가에 거주하는 비율은 62.6%였고 전세(24.4%), 보증부 월세(11.8%)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집값 등 주거비가 비싼 서울은 자가 비율이 44.5%로 비교적 낮았다. 전세(43.4%) 비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자가 가구는 거주 주택 구매 시 집값의 36.1%를 은행 대출로 마련했다. 이들 가구의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72만7000원이었다. 전체의 73.2%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가 거주 가구의 첫 주택 마련 시점은 ‘결혼 전’이 34.3%로 가장 많았고, ‘첫 자녀 출산 이후’가 29.3%, ‘둘째 자녀 출산 이후’는 28.7%였다. ‘내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결혼할 때(51.2%)보다 자녀 출산 이후(71.1%)에 크게 늘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3040 유자녀 가구의 9.6%만이 추가로 출산 의향이 있었다”며 “주로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출산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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