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고민한 동생, 깜짝 놀란 오빠…10년 전 '악뮤'로 돌아왔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자, 더 이상의 도전은 싫다고 선언했어요.”(이수현)
남매 듀오 ‘악뮤’(AKMU·악동뮤지션)가 밝고 유쾌한 사랑노래로 돌아왔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해프닝', '낙하' 등 최근 몇 년간 깊고 진한 감성의 곡을 선보였던 이들이다.
21일 발매된 네 번째 싱글 앨범 '러브 리'(Love Lee)엔 곡 ‘200%’(2014)에서 발랄하게 사랑을 고백하던 데뷔 초 악뮤의 감성이 담겼다. 이번 싱글은 2021년 발매한 컬래버레이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이후 약 2년 만이다.
오빠 이찬혁(27)이 작곡·작사한 타이틀곡 '러브 리'는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유쾌한 구애의 메시지를 담은 사랑 노래다. 직설적이고 재치 있는 노랫말이 동생 이수현(24)의 청량한 보컬로 표현됐다. 뮤직비디오에는 두 남매가 각각 사랑에 빠진 남자, 큐피드로 등장하며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오랜만에 보는 ‘악동스러운 투샷’이 반갑기까지 하다. '러브 리'를 딸기 맛의 상큼한 아이스크림에 비유한 이들은 "저희의 초기 음악 스타일을 기다리셨을 팬과 대중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노래"라고 입을 모았다.
악뮤 “실험성↓…대중성 담은 음악할 것”
악뮤가 데뷔 초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한 데는 이수현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에 있는 YG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수현은 “오빠(이찬혁)의 음악 색깔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달라고 약속을 받았다”면서 “거의 처음으로 오빠가 내게 전적으로 맞춰준 앨범”이라고 밝혔다. “‘200%’ 같이 가볍고 기분 좋게 부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면서 "오랜만에 예전 악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하니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이찬혁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나이 들기 전에 상큼하고,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곡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앨범을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제가 주도해서 (악뮤가)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해왔는데, 그러면서 점차 수현이가 이전보다 음악을 덜 즐기게 되는 걸 느꼈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아마 '다이노소어'(2017)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수현이가 (노래를) 부르기 어려워하고 또 힘들어했다”고 돌이켰다.
이수현은 2년 전 한 방송에서 "음악이 싫어져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찬혁은 “수현이의 슬럼프에는 내 책임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음악에 녹이고 싶은 것을 어렵게 밀고 나갔기 때문이란 걸 늦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번 앨범 준비를 하며 어느 때보다 즐겁게 작업하는 동생의 모습을 봤고, 그동안 자신의 음악 세계에만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엔 악뮤 활동을 통해 (개인적인) 음악 욕심을 모두 표출해야 했는데, 이제는 솔로 활동과 다른 프로젝트성 앨범이라는 창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찬혁은 첫 솔로 앨범 '에러'(ERROR)를 발매하고, 이찬혁비디오 프로젝트로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이어 “악뮤의 공백기는 2년이지만, 저는 그사이에 솔로 앨범을 내며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다 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악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점차 윤곽을 잡아나갔다는 그는 악뮤를 통해선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 자작곡 '후라이의 꿈'을 실은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9년 전 악뮤 공연에 게스트로 참석한 아이유가 부르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 곡은 달걀 후라이를 의인화한 가사에 위로의 메시지를 녹여냈다. 공개 후 팬들의 음원 발매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번 앨범에 담게 됐다. 이수현은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 퍼지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냥 가만히 흘러갈래'와 같은 이 노래의 가사가 최근 저의 마음가짐과 정말 잘 맞는다고 느껴져서 지금이 적절한 발매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발하고 신선한 음악으로 대중에게 늘 놀라움을 줬던 오디션 프로그램 속 남매는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이수현은 “이번 앨범은 내년 10주년을 위해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3년 만의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이수현은 “남매 듀오이기 때문에 저희 둘의 인생과 음악이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게 다른 그룹에는 없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이번 활동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주고 또 많이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찬혁은 “(10년 전에는) 사람들이 우리를 왜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마냥 노래했다면, 여러 장르를 해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며 “더 프로답고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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