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줄이고, 사람 많은 곳 위주로'… 산길·공원 이용 불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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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의 응봉근린공원 초입.
이날 운동에 나선 홍모씨(33·여)는 "운동을 하러 가거나 혼자 걸어 다녀야 할 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운동을 나가더라도 공원 내 산책로만 있는 곳보다는 운동기구들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위주로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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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시간·횟수, 이전의 절반 가까이 줄여"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의 응봉근린공원 초입. 남산에서 서울숲까지 이어진 산길로 산책 명소지만 명성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30여분간 공원으로 향한 이들은 2명의 노인과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그리고 개인 운동을 나온 여성 1명이 전부였다. 이어폰도 끼지 않은 채 운동에 나섰다는 신모씨(56·여)는 "신림동 성폭행 사건을 접한 후 이어폰을 빼고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운동을 하게 됐다. 운동 시간과 횟수도 이전의 절반 정도로 줄였다"며 "딸 아이는 걱정이 되는지 운동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20일 오후 10시께 서울 성동구 대현산 배수지공원에서도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가로등이 많고 사방이 뚫린 공원 중앙 트랙에선 운동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원 외곽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가로등이 적어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이날 운동에 나선 홍모씨(33·여)는 "운동을 하러 가거나 혼자 걸어 다녀야 할 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운동을 나가더라도 공원 내 산책로만 있는 곳보다는 운동기구들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위주로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연이은 흉기 난동에 대낮 신림동 성폭행 사건까지 일어나며 시민들이 산길과 공원 이용 등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림동 성폭행 사건 피해자는 평소 이용하던 등산로를 통해 출근하다 변을 당했다. 가해자인 최모씨(30)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시민들은 범죄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씨는 "여기 산길(응봉근린공원)만 봐도 폐쇄회로(CC)TV도 많이 없고 으슥한 곳도 많다"며 "CCTV 설치도 확대가 되고 순찰도 많이 나와야 좀 안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모씨(28·여)도 "범죄에 취약한 곳들은 경찰이 순찰을 더 자주 나가는 등 범죄를 직접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면서 "순찰을 다니는 곳이라고만 알려져도 범죄가 쉽게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이은 강력범죄에 경찰과 지자체 등은 범죄 취약지역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산악순찰대 신설을 검토하고, 관악구청은 '공원 안전지킴이' 운영을 계획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필요한 곳에 CCTV 설치를 강화할 필요도 있지만, 방범 진단을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된 지역은 위험 시간대, 산책로 형태 등도 관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중앙정부, 지자체의 여러 기관이 뭉쳐서 이런 공간에 대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통해 자연스러운 감시, 동선 조절,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부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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