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충전료↑ 전기차 끝물인데…"이 차, 6개월 기다려라"
차량 교체를 고민 중인 직장인 김모(41)씨는 연비가 좋다는 전기차를 알아보다 최근 마음을 바꿨다. 김씨는 “친환경차 보조금은 줄었는데 충전 요금이 많이 올라 전기차만의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며 “수리비·보험료도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편이라 고민 끝에 하이브리드차를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21일 국토교통부·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등록한 전기차는 9만3080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기차 등록 대수(8만4610대)보다 10% 늘었다. 하지만 증가 폭은 2021년(88.7%, 전년 1~7월 대비)·2022년(78.1%)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올해 1~7월 국내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0.4% 감소했다. 전기차 열풍이 '끝물'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예전만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434만2487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1% 늘었다. 하지만 성장세는 2021년 115.5%, 2022년 61.2%로 둔화하고 있다.
친환경차 확산에 따라 전기차 판매가 늘었지만, 열기는 2020~2022년 시절만 못하다는 의미다. 이는 우선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각국이 전기차 구매 보조금마저 축소한 영향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전기차는 재고 과잉 상태다. 새로 출시한 전기차를 수개월씩 기다려야 했던 1년 전과 상황이 반전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에선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전기차 보조금이 지난해 최대 700만원에서 올해 680만원으로 줄었다. 보조금 지급 요건도 세분화해 보조금을 최대한 받기도 어려워졌다. 전국 각지에서 매년 상반기 빠르게 소진하던 보조금 수요도 급감했다. 대전시는 상반기 보조금 소진율이 10%대다. 서울은 30%대, 충남 60%대에 그쳤다. 대전시 관계자는 “보조금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소진해 추경까지 편성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요금도 따라 오르며 ‘저렴한 유지비’란 장점도 퇴색했다. 8월 현재 공공 전기충전소 충전요금은 급속 충전기 기준 1㎾h(킬로와트시)당 324.4원이다. 3년 전인 2020년(1㎾h당 173.8원)과 비교해 80% 가까이 올랐다. 충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내연기관차 연료비의 50% 수준까지 올랐다. 앞으로도 한국전력공사가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요금을 올릴 전망이다.
전기차를 초기에 구매한 ‘얼리 어답터’가 만든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만큼 충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보험료, 화재 위험성 등을 감수하고 전기차를 살 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의 대체재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기준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 대비 8.5%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2.4% 늘었다. 전기차는 구매 계약 후 대부분 한 달 내 신차를 인도받을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대부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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