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친중좌파 아웃사이더에서 과테말라 대통령이 된 '아레발로'
득표율 59%…여론조사 하위권→1차 투표 2위
"나라 이끄는 건 부패 세력 아닌 국민" 호소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중미 과테말라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친중좌파 성향의 반부패 운동가 후보인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4)가 깜짝 당선돼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풀뿌리 운동' 소속 아레발로 후보는 이날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96% 기준 59%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을 잠정 확정 지었다. 당초 지난 6월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한 유력 당선 후보였던 '희망국민통합(UNE)' 소속 산드라 토레스(67) 후보는 득표율 36%로 아레발로 후보에 패배했다.
아레발로 후보의 당선은 그야말로 '역전 드라마'였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그는 지난 6월 1차 투표 이전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을 기록해왔다. 그러다 1차 투표에서 토레스 후보(21.10%)에 이어 15.51%의 득표율을 기록해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결선에서 결국 승리하게 된 것이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기간 중 부패와 빈곤, 불법 이주가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지적되는 과테말라에서 반부패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1996년 내전이 종료된 이후 정치·군사·경제 부문에서 일부 고위층을 중심으로 부패가 심화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표심이 반부패를 외치는 아레발로 당선인으로 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과테말라는 현재 심각한 치안 불안과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정치인의 희생자이자 먹잇감이었다. 투표는 이 나라를 이끄는 것이 부패한 자들이 아니라 과테말라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레발로 후보의 당선은 오랜 시간 미국의 동맹국이자 미국으로 가장 많은 이민자가 향하는 국가였던 과테말라가 분수령에 놓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WP는 "부패 척결을 약속한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압승을 거뒀다"며 "다만 과테말라 국민들이 투표하긴 했지만, 그가 승리할지 뿐만 아니라 그가 집권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고 전했다. 1차 투표 이후 과테말라 검찰이 나서서 아레발로 당선인이 결선 투표에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정당 활동 중단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공정한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정부의 최종 공식 결과 발표는 수일 내로 나올 예정이다.
1958년생인 아레발로 당선인은 과테말라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 1945~1951년 재임한 후안 호세 아레발로의 아들이다. 그가 태어날 당시 아버지 아레발로는 1954년 발생한 쿠데타의 여파로 과테말라를 벗어나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아버지의 망명 생활로 인해 아레발로 당선인은 어린 시절을 베네수엘라, 멕시코, 칠레 등 중미 여러 국가를 전전했다.
10대에 다시 돌아온 과테말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레발로 당선인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에 외무부에 입사한 그는 1990년대 들어 대사직을 맡고 1994~1995년에는 과테말라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는 2017년 정치 생활을 시작했고 2019년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아레발로 당선인이 취임하면 과테말라 국민은 2007년 당선된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16년 만에 좌파 정부에 국정을 맡기게 된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교육·보건 분야 투자 강화, 빈곤층 주거 안정, 치안 강화 등을 약속했다.
다만 과테말라 정부 내에서는 아레발로 당선인에 대한 반대 움직임도 있어 정부를 얼마나 빨리 장악할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과테말라여, 영원하라!(Long live Guatemala!)'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과테말라 첫 여성 대통령을 꿈꿨던 우파 토레스 후보는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토레스 후보는 2019년 대선에서도 1위로 결선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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