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셴둥 교수 "미국 목적은 3국 메카니즘으로, 한·일 결박" [한미일 정상회담]

신경진 2023. 8. 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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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베이징 도심의 대형 전광판에 이날 대만 주위에서 펼쳐진 중국 동부전구의 군사 훈련 장면이 방영되고 있다. 중국은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에 반발하며 시기와 훈련 지역을 밝히지 않은 채 고강도 훈련을 단행했다. EPA=연합뉴스


한셴둥(韓獻棟) 중국 정법대 교수는 19일 중앙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의 목적은 3국 메커니즘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을 장기적으로 결박하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정법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도 맡고 있는 그는 정상회의 결과 중 중국 관련 대목에 대해서도 “관련된 사실과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회의를 바라보는 중국 내 기류를 그대로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교수는 또 이번 회의의 특징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관점 변화로 꼽았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로 ‘한반도 비핵화’를 대체했는데 바이든 정부 집권 이래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5월과 2022년 5월 한·미 공동성명, 지난 4월 워싱턴 선언까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로 썼던 표현이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원칙’ 문건에서 “북한(DPRK)의 완전한 비핵화”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올해 3월 신간 『비대칭 게임: 미·북 관계 30년(1988~2018)』을 출판했다. 일문일답 요지.

한셴둥(韓獻棟) 중국 정법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 한셴둥 교수 제공

Q : 한·미·일 정상회담의 원칙·정신·공약 세 문건에 ‘중국(PRC)’이 한 차례, 남중국해가 두 차례 언급됐다. 대만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의 불변”을 정신과 원칙에서 각각 언급했다.
A :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의 목적은 하나다. 각 방면에서 한·미·일의 협조와 협력을 강화하고, 3국 협력을 제도화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장기간 결박하려는 것이다. 중국과 관련된 내용은 회담 정신, 원칙 및 미·일 정상회담 발표문 등에 보인다. 관련된 사실과 위배된다. 용어가 악렬(惡劣, 매우 나쁘다)하다.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써서 대만 문제에 계속 개입할 공간을 남겨 놨다.”

Q : -한·미·일 협력의 지평이 경제·안보·과학기술 등 전방위로 넓어졌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A : “경제·과학기술 내지 난치병 등 협력은 관련된 국가 사정이다. 협력은 양측이 스스로 원하는데 기반을 둔 행위이다. 중국이 이의를 갖진 않을 것이다. 다만 한·미·일이 안보 영역에서 지향성과 배타성을 유지하는 식의 소집단 협력은 지역의 안정과 평화,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Q : 회담 전 중국 매체는 이번 회담을 ‘아시아판 미니 나토(NATO)’라며 비판했는데.
A : “미국이 주최한 이번 한·미·일 삼국 정상회담의 목적은 세 나라가 메커니즘화된 협력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장기적으로 결박하려는 데 있다.”

Q : 하반기 미·중, 중·일, 한·중·일 등 ‘외교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한·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A :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은 시종 40% 안팎을 맴돈다. 국내적으로 재정·금융·인플레이션 등 압력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내년 차기 대선 시즌에 돌입한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받는 압박은 비교적 크다. 최근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역시 이런 문제를 보여준다. 미국은 하반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를 거행한다. 중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거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한 관계는 아직 개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내년 4월 한국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계속 반중(反中) 정서를 선동하면서 중·한 관계를 개선할 환경을 악화할 수 있다.”

Q : 이번 회담 문건에 북한(DPRK)이 총 20차례 언급됐다. 북한의 향후 반응을 예상한다면?
A :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관련 내용이 비교적 많았다. 특히 ‘북한 비핵화’로 ‘한반도 비핵화’를 대체했다. 바이든 정부 집권 이래 줄곧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바꿨다. 이른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3국 워킹그룹, 3국 연례 군사 훈련 등을 만들었다. 북한의 강렬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남북 관계의 개선도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긴장이 지속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한셴둥 중국 정법대 교수가 올해 3월 출판한 저서 『비대칭 게임: 미·북관계 30년(1988~2018)』 표지. 징둥 캡쳐

☞한셴둥=중국 정법대학 정치 및 공공관리 학원 국제정치학과 교수, 한반도 연구센터 주임, 구미동학회 남북한 분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반도, 동북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국가통일과 동아시아 정치를 주요 연구한다. 중국 인민대학을 나와 한국 경남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분단과 동맹: 한반도 안보의 국제정치』, 『한반도 안보구도』, 『분열국가의 통일: 이론 및 실천』, 『비대칭 게임: 미북 관계 30년(1988~2018)』 등이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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