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홀대와 연고지 이전설, 팬들은 뿔났다

이준목 2023. 8. 21. 15: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전주시-KCC 구단 갈등 골 깊어져... 소통이 먼저다

[이준목 기자]

프로농구 명문구단 전주 KCC가 갑작스러운 '연고지 이전설'에 휩싸였다. 신축구장 건립과 이전을 둘러싸고 지자체 전주시와 KCC 구단간의 해묵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가 터지듯, 그 피해는 결국 프로농구의 소비자이자 누구보다 팀에 큰 애정을 보냈던 팬들에게로 돌아온다.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는 1997년 프로 원년부터 역사를 이어오다가 2001년 5월, KCC가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전주로 연고지를 옮겨 지금의 전주 KCC 이지스로 자리잡았다. 이후 22년간 KCC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인기 구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KCC는 '전주 시대' 이후로만 3회의 챔피언전 우승(대전 현대 시절 포함 5회), 2회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 하승진, 전태풍, 강병현,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갔다. 현재도 이승현, 허웅, 최준용, 라건아등 호화멤버들을 보유하여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KCC는 프로축구 명문 전북 현대, 야구의 KIA 타이거즈와 더불어 호남을 대표하는 3대 프로스포츠 구단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KCC는 화려한 역사와 인기와는 별개로, 홈구장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KC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실내체육관은 1973년에 완공하여 올해로 무려 50년이 됐다. 현재 소유주는 전주시이고 전주시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관리하고 있지만, 정작 위치는 전북대 부지 안에 자리잡고 있는 독특한 구조다.

KCC는 전주에 정착한 2001년부터 22년째 전주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설립 당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경기장이었지만 현재는 심각한 노후화로 시설이 크게 낙후된 실정이다.

4800석에 불과한 관람석은 현재 10개 구단 제1홈구장 중 규모가 가장 적은 편이고 좌석과, 편의시설 등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건물의 안전등급은 C등급에 그쳤다. 주차 공간도 협소하여 주말경기나 빅매치가 열리는 날은 팬들이 불편을 호소한게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도 2010년대 이후로 일부 시설을 개-보수한 게 이 정도다. 이미 지난 2015년에 전주시의회에서도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바 있다.

전주시는 2016년 전주 월드컵 경기장 부근에 체육관 신축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7년이 지나도록 체육관 건립은 감감무소식이다. 언론들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부지는 매입 절차만 진행됐을 뿐 시공사조차 선정되지 않아 경기장 신축이 시작도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완공까지는 약 3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 측은 규모가 크다 보니까 비용이 많이 들고 각종 행정 절차가 복잡하여 늦어진 것일뿐 일부러 지연시킨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여기에 전주시가 전북대와의 국책사업을 내세워, 2025년을 끝으로 체육관을 비워달라고 KCC 구단에 협의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며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전주시는 2026년까지 신축 체육관을 완공해줄테니 1~2년 정도 홈구장을 임시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현재 제2연고지인 전북 군산에 위치한 군산월명체육관을 2014년부터 보조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지난 2022-23시즌까지 통산 32경기를 치른 바 있다.

물론 국책 사업도 중요하고 전주시가 농구단만 관리하는 지자체도 아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미 신축경기장 건립을 결정한 7년이 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금 현재도 아직 시작조차 하지못한 신축 경기장이 2026년까지 완공된다는 보장 역시 없는 상태다.

또한 신축경기장 건립과 별개로 봐도, 멀쩡한 연고지가 있는 프로 구단이 홈구장에서 쫓겨나 떠돌이 신세를 감수하라는 요구 자체가 지극히 상식에 어긋난 무례한 발상이다. 논란이 커지자 전주시는 단순히 관련 협의를 요청한 것뿐이고, 지금은 없던 일이 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구단과 팬들이 느끼기에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다.

KCC 구단은 2016년에도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려다가 신축 경기장을 지어주겠다는 전주시의 약속을 믿고 철회했다. 하지만 경기장 신축-이전 문제가 7년째 해결되지 않으면서 다시 연고지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 MBC 등 지역 언론들은 최근  KCC 관계자들을 통하여 "연고지 이전을 포함해 모든 걸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진행 상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다른 지자체도 알아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KCC가 정말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다면 전주시는 이를 막을 방법도 명분도 마땅치않다. 보통 연고지 이전 문제시에 구단이 비판을 받던 전례들과 달리, 이번에는 여론도 지자체에 비판적이고 KCC의 대응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훨씬 우세하다. 시로서는 안이한 일처리로 신용도 잃고 심지어 연고지 구단까지 잃게 된다면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 역시 크게 손상되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오랜 시간 KCC를 묵묵히 응원해 온 지역 팬들이다. 신축경기장 건립논란과 연고지 이전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현재 전주시청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비판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프로농구의 허약한 위상과 연고지 제도의 한계, 스포츠를 정치와 행정의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지자체의 후진적 인식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함을 남긴다. 프로스포츠의 사회적 가치는 단지 서류나 숫자로만 판단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KCC와 전주시는 먼저 팬들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소통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