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략순항미사일 발사?…軍 "조그만 배서 무슨, 명중도 못 해"

정영교, 이근평 2023. 8. 2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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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진행한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21일 주장했다. 이날 시작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지 자유의 방패·UFS)과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등에 대응해 전쟁억지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군은 이를 ‘과장’이자 ‘사실과 다른’ 선전으로 규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ㆍ을지프리덤실드)를 기해 해군 함대를 시찰하고 전략무기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해상경계 근무를 맡은 경비함 661호에 올라 무장상태와 전투준비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미사일 발사훈련도 참관했다. 해당 부대는 군에 파견된 당조직의 검열에 합격한 부대에 수여하는 '오중흡7연대' 칭호를 받은 곳으로, 해군사령관인 김명식 해군대장을 비롯한 관련 지휘관이 김정은을 수행했다.

훈련 결과와 관련해 매체들은 "함의 전투적 기능과 미사일 무기체계의 특성을 재확증하며 해병들을 실전 환경에서의 공격 임무 수행 동작에 숙련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발사훈련에서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신속히 목표를 명중 타격함으로써 함의 경상적인 동원 태세와 공격 능력이 완벽하게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을 분석해 보면 발사체는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2형'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軍 "전략순항미사일 아냐, 명중도 못 해"


그러나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 직후 "북한이 발표한 내용은 과장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한·미는 관련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실시간대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상경계 근무를 맡은 경비함 661호에 올라타 함의 무장 상태, 전투준비 상태 등을 점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북한이 발사한 것은 함대함 미사일"이라며 "전략순항미사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조그만 배에서 상식적으로 그런 미사일을 쏠 수가 없다"며 "함대함 미사일은 사거리가 굉장히 짧고 그리 위협적인 수단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군 안팎에선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 Kh-35E '우란'(Uran) 함대함 미사일을 역설계한 '금성-3호' 개량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미사일의 사거리가 약 10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위협적인 수단은 아니다'라는 군의 평가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명중 타격했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감시장비로 탐지해보니 명중하지 못했다"며 "한·미는 관련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여 실시간대로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미사일이 목표물에 명중하는 장면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지난 주 동해상에 있는 북한 함정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UFS 의식한 기만술?


군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기만술을 펼친 것으로 추정된다. UFS 기간 동안 미국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데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북한이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화살-2형' 추정 영상을 공개해 전쟁억지력을 과시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항공모함을 겨냥해 '화살-2형'을 대함 미사일로 개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해군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 전대를 시찰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다만 일각에선 한·미가 오판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려는 의도로 해상에서 함대함 또는 함대지 발사 능력을 시험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에 불편한 심기 드러냈나


한·미·일 정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다영역에서 정례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그간 비정기적으로 실시된 3국의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과 대잠전 훈련을 체계화한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해군을 강조한 건 이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일 연합훈련의 경우 해상훈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자신들의 해군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점을 고려해 김정은이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는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함대 시찰 중에 "유사시 적들의 전쟁 의지를 파탄시키고 최고사령부의 전략 전술적 기도를 관철하며 나라의 주권과 안전을 사수함에 있어서 조선인민군 해군이 지닌 중대한 사명과 임무"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한·미·일 정상회의 직전인 18일 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전략정찰기가 동해 상의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며 "물리적 대응"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까지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김정은은 '전쟁준비'를 재차 강조하면서 군의 사기를 독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지도하는 모습. 김정은은 이날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라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뉴스1

그는 "해군의 모든 수상 및 수중함선부대들이 상시적인 동원성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과 함께 훈련이자 전쟁준비라는 관점을 가지고 전투훈련강화의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맡겨진 전투임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실전능력을 부단히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교·이근평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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