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제자들 서럽게 울어" 신림 피해자 동료교사 울분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인근 야산에서 30대 남성 최모씨가 일면식이 없는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했다. 피해자는 결국 사망했다. 김홍범 기자

서울 신림동의 한 공원과 연결된 등산로에서 발생한 강간살인 사건 피해자 A씨의 동료 교사가 “빈소에 찾아온 제자들이 서럽게 울었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고인의 교대 동기인 B교사는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 빈소에 다녀왔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빈소) 곳곳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이어졌고 유가족들 얼굴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며 “특히 선생님 제자로 보이는 졸업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조문을 많이 왔더라. 제자들이 서럽게 우는데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7일 방학 중 교직원 연수 등 업무를 보기 위해 학교로 출근하던 중 변을 당했다.

B교사는 “체육부장 보직을 맡고 있던 고인이 방학 중 계획된 학교 체육 자율연수 참여 및 진행을 위해 학교로 출근하시던 길에 변을 당했다”면서 “연수가 오후 2시에 시작한다면 담당자는 그보다 일찍 출근해서 필요한 일들을 챙겨야 한다. 그래서 (사건) 전날인 16일에도 선생님은 12시 정도 출근해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연수 참여를 독려하는 연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30대 최모씨가 지난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해 A 교사에 대한 순직 처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피의자 최 모(30)씨에게 기존 ‘강간 상해’가 아닌 ‘강간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20일 최씨의 강간 살해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A교사가 숨지면서 혐의도 이처럼 변경했다.

최씨는 지난 17일 오전 신림동 공원에 연결된 한 등산로에서 양손에 너클을 끼고 A씨를 폭행 및 강간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영장심사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강간 미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에게 할 말 없나’라는 취재진 물음에 “죄송하다. 피해자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답했다.

최씨는 ‘너클(손가락에 끼우는 금속 재질의 둔기)을 네 달 전 구입했는데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냐’는 질문엔 “아니오”라며 계획범행을 부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B교사는 “양손에 그렇게 무시무시한 너클을 끼고 가혹한 폭행으로 사람을 거의 초죽음으로 만들어 놓고 빠른 쾌유를 빈다는 그런 말은 정말 인면수심의 발언”이라며 분노했다.

경찰은 오는 23일 최씨의 얼굴과 이름·나이 등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