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연쇄 살해 '英악마 간호사'…"피해자 수십명 넘어"

추가 피해 파악 위한 '벌새 작전' 진행 중
의료 기록 조사…피해 의심 사례 30건 포착

아기 7명을 살해하고 6명을 추가 살해 시도한 영국의 일명 '악마 간호사' 루시 렛비(33)가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은 렛비에게 표적이 된 신생아가 최대 수십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렛비가 과거 근무한 잉글랜드 북서부 병원 2곳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것 외에 영아 수십명이 더 피해를 봤을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특히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에서는 수상한 사건을 겪은 아기 30명이 확인됐다고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이 가디언에 전했다.

아기 7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간호사 루시 렛비(33)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앞서 렛비는 지난주 아기 7명을 살해하고 6명을 살해 시도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렛비는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기의 체내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우유를 강제로 먹이는 방식 등으로 남아 5명, 여아 2명을 살해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렛비가 근무했던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 리버풀 여성 병원의 2012년~2015년 의료 기록 조사를 요청했다. 기록을 확인한 결과, 렛비가 근무하던 시절 체스터 백작 부인 병원에서 영아 살해 시도로 의심되는 케이스가 최소 30건 더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 프로젝트인 '벌새 작전(Operation Hummingbird)'을 진행 중이다. 병원 내 영아 관련 의료기록 4000건을 샅샅이 뒤져 피해 의심 사례를 모두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기의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는 등 수상한 사례가 발견되면 이를 경찰에 보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의심 사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렛비의 자택에서 발견된 메모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한편 이 사건은 현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아동 연쇄 살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렛비의 피해자 중에는 미숙아나 쌍둥이도 있었으며, 한 아기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살해됐다.

렛비는 한 아기를 살해하기 위해 무려 4차례나 시도하는가 하면, 신생아에게 해를 끼치는 모습을 어머니에게 들킨 뒤에는 "믿으세요. 나는 간호사예요"라고 응수하는 대담함을 보이기까지 했다.

렛비가 경찰에 체포된 뒤 발견된 메모에는 "아기들을 일부러 죽였다", "나는 끔찍하고 악한 사람이다", "이 일을 하다니 나는 악하다" 등 문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체포 당시 렛비는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 검찰 측은 렛비에 대해 "냉혈하고, 잔인하고, 의도적으로 말을 바꾸며 계산된 거짓말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