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받고, 학원에 수학문제 내줬다"…교사 297명 자진 신고

최민지 2023. 8. 21. 14: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 뉴스1

경기도 한 사립고등학교 수학 교사 A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5년 간 7개 사교육 업체 및 부설연구소의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4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서울 사립고 B 화학 교사도 2018년부터 대형 사교육 업체 2곳과 계약을 맺고 모의고사 문항을 내주면서 3억8000여만원을 챙겼다. 서울 공립고 C 지리 교사는 2018년 8월부터 5개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 또는 검토한 대가로 3억여원을 받았다.

21일 교육부는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현직 교원의 영리행위 자진 신고 내용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달 1일부터 14일을 자진 신고 기간으로 정했는데, 297명의 신고를 접수했다. 앞서 교육부의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는 일부 교원들이 사교육 업체에 '킬러문항'을 제공하고 고액의 대가를 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 자진 신고는 이러한 신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신고 내용별로는 ▶모의고사 출제 537건 ▶교재제작 92건 ▶강의·컨설팅 92건 ▶기타 47건 등 총 768건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문제를 판 곳은 주로 대형 입시업체나 개별 강사였고, 한 교원이 여러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판매한 정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5년간 사교육 업체에서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교사는 45명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들. 연합뉴스


교육부는 이번 자진 신고 접수 건에 대해 활동 기간, 금액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주로 겸직 허가를 받았는지, 금액은 적정했는지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진 신고 내역 768건 중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는 341건이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교원은 기관장에게 겸직 허가를 받은 경우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겸직 허가를 받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일은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파면을 포함한 중징계까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경우 ▶공무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영리행위를 할 수 없다.

교육부는 수령 금액이 과다한 경우 청탁금지법 적용도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청탁금지법은 한 번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돈을 준 쪽이나 받은 쪽 모두 청탁금지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기간이나 문항 판매 횟수, 수량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능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등의 출제 비밀서약서를 쓴 출제진이 학원과 연루된 경우 처분 시 추가적인 고려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진 신고를 하지 않은 교원에 대한 감사원 조사도 이뤄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후속 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감사원과 조사·감사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실효적인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진 신고한 교사들의 처벌을 경감하지는 않겠지만, 본인이 거래 행위를 알고 있음에도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사는 (숨기려는)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좀 더 무거운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