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일 용인시장 "반도체벨트, 용인 경제에 온돌효과 가져올 것"
"배후신도시 개발, 교통망 확충 필요"
"시급 지방자치단체에 '신성장전략국'을 만드니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용인은 대규모 반도체 벨트 구축의 최적지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상일 경기도 용인특례시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조직개편 과정에서 '신성장전략국'을 신설했다. 신성장전략과, 반도체1과, 반도체2과, 4차산업융합과를 둔 대규모 조직이다. 용인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이 시장의 구상을 담은 조직이다.
취임 1년여 만에 이 시장의 뚝심은 결실을 맺었다. 기존 처인구 원삼면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물론 지난 3월에는 처인구 이동·남사읍에 215만평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이뤄졌다. 지난달에는 이들 두 산단이 정부의 '첨단국가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잇따른 지정 과정에서는 이 시장의 폭넓은 인맥과 적극적인 유치 의지가 큰 힘이 됐다는 것이 조직 안팎의 평가다.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거쳐 행정가로 변신한 그를 만나 용인 반도체 벨트 유치의 전후 과정과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취임 당시 용인을 ‘추격도시’에서 ‘선도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이동·남사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 반도체 클러스터가 첨단국가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불과 취임 1년 만에 최대 공약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발전을 선도하는 첨단 과학도시, 좋은 일자리를 많이 가진 일류 특례시라는 위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도시로의 도약’은 그 첫 번째 과제였고, ‘L자형 반도체 벨트’ 조성이 핵심이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막전 막후가 궁금하다.
▲지난해 9월부터 삼성과 대통령실, 정부를 비밀리에 오가며 민첩하게 움직였다. 삼성 관계자들에게는 4차산업이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면 삼성도 파운드리에 전념해야 한다는 점,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해외가 아닌 국내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 기존 용인 삼성 기흥캠퍼스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도 용인이 투자의 적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모두 용인에 둥지를 틀게 됐다.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입주도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 규모인가.
▲특화단지에는 처인 원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기흥 농서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 처인 남사·이동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이 포함됐다. 세 곳을 합한 규모는 1244만㎡(약 376만평)다. 세계적인 초대형 클러스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는 150여개 소부장 기업이 들어오고, 원삼 반도체클러스터에도 50여개의 기업이 입주한다.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에도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이 됐다.
-반도체 벨트가 용인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만만찮을 것 같다.
▲기업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해 시민들을 위한 생활·편의시설, 체육·문화시설, 도로 등의 기반 시설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소비도 늘어난다. 상권이 확장되면 자연스레 도시 규모도 확장된다. 바로 ‘온돌 효과’다. 아랫목(반도체)에서 군불을 지피면 윗목(도시경제 전체)이 따뜻해지는 원리다.
-원삼면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조성 과정에서 용수·전기 공급 문제로 상당한 애를 먹었다.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일반산단이어서 시가 주도적으로 용수나 전력, 토지 보상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은 정부 주도여서 좀 더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 역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추진 과정의 경험을 정부와 적극적으로 공유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특히 용수와 전력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대략적인 계획을 공개하면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용인시 역시 각종 인허가 절차 등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토지 보상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만나 부탁했다.
쳬계적인 배후도시 조성, 광역철도망 확충 시급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주거·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이 중요하다. 아직 처인구는 이런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두 곳에 상주하는 근로자만 6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후도시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하게 주택 공급계획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선제적인 도시계획으로 주거, 환경, 교육, 문화, 체육시설이 어우러진 체계적인 도시를 만들어서 기업 종사자 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국가산업단지 발표 다음 날 LH 사장과 만나 배후도시 건설 문제도 논의했다. 앞으로 정부, LH 등과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해 나가겠다.
-반도체 벨트 일대 철도·전철망이 사실상 전무하다. 광역 교통망 확충 대책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나.
▲용인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지역이 세계적 반도체 경쟁력을 가지려면 도로·철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일단 경기 광주 삼동역에서 용인 남사까지 연결하는 40.2㎞의 경강선 연장사업을 위해 광주시와 공동용역을 발주했다. 최근에는 신분당선 동천역에서 분기해 죽전-마북-동백을 거쳐 남사까지 연결하는 철도 노선 신설에 대한 타당성 용역도 시작했다. 시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경전철 동백역에서 언남-용인(GTX)을 거쳐 신봉까지 잇는 동백~신봉 노선을 반영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이 입지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양질의 인적 자원 수급이다. 반도체 벨트를 뒷받침할 인력 양성 방안이 궁금하다.
▲시 차원에서도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성장전략국에 별도로 반도체인재양성팀을 신설했다. 중요한 것은 민관 협력이다. 우선 교육부 주관 ‘2023년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명지대와 반도체 인력 양성 기반 마련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반도체 관련학과 개설이 가능해진 경희대와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과는 2026년 개교를 목표로 ‘용인 반도체마이스터고(가칭)’ 신설을 추진한다. 경기도형 특성화고로 학교를 신설한 다음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학교는 처인구 백암면 백암고 운동장 부지에 들어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반도체 입지, 수도권 vs 지방 아닌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봐야-이번 특화단지 지정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이 너무 수도권에만 편중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한 시장의 입장은.
▲지역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차원에서 봐야 한다.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력이 국가의 미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미 용인 기흥, 화성, 평택에 자리 잡고 있고, SK하이닉스가 용인 원삼과 이천에 자리하면서 메가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최적지는 용인 이동·남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반도체 산업은 인력 수급과 산업의 집적화 즉, 생태계 조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온전히 지방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어렵다.
-시청 내부에서 발로 뛰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웬만한 대정부 업무는 직접 나서 해결한다고 들었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학창 시절 이후 수액 주사를 처음 맞았다. 시장이 되고 나서 벌써 두 번째다. 굉장히 고단하다. 하지만 시민들께서 중책을 맡겼기에 더 성심껏 일해 많은 성과를 보여드리고 싶다. 시민들의 눈이 높아졌다는 것이 참 기분 좋은 평가이기도 하다. 민선 8기 용인시의 비전은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 다. 내가 직접 제안한 비전인데 시민과 함께 용인의 미래를 밝히고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남은 임기 동안 제가 제시한 공약을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지만 용인시 역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재원이 문제가 될 것 같다. 대안이 있나.
▲예산은 늘 고민거리다. 시 예산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겼지만, 인구 100만명이 넘는 특례시를 운영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실 수 있는 부분, 효과가 큰 분야에 예산을 쓰고자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시민들께서 시정이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평가해주실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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