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싸게 파나…전기차 생존공식 바뀌었다

정진주 2023. 8. 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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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發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 필요성
저가 배터리 탑재, 제조공정 혁신 등 제조비↓
모델Y. ⓒ테슬라

테슬라의 ‘메기효과’가 전기차 업체들을 가격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예상보다 다급하게 이뤄진 저가 라인업 구축 압박에 원가 경쟁력 확보 없이는 생존이 힘든 시기가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들은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방면의 변화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올 들어 확연히 둔화되면서 전기차 가격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제조사들은 가격경쟁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 부품 탑재, 제조공정 혁신 등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리튬인산철(LFP)배터리 탑재를 들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약 25~40%를 차지해 배터리 비용 절감이 전기차의 가격 낮추기엔 가장 효과적이다. LFP배터리는 고가의 희소광물을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20~30% 정도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이전엔 LFP배터리는 중국 제조사, 중국 시장 내에서 사용되는 것이라 치부됐지만 최근 테슬라, 벤츠,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포드 등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중 LFP배터리 비중은 2020년 6%, 2021년 17%에서 2022년 27%로 확대됐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었지만,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최근 CATL은 올해부터 생산하고 내년 상반기에 판매될 신제품이 10분 충전으로 400km를 갈 수 있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제조에서는 전기차 구조에 맞춘 설계 최적화로 공정·부품을 단순화하는 등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가 팩토리들로 단위 면적당 가장 효율적인 생산성을 꾀하고 있다. 테슬라는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라 무인 운반 차량(AGV) 기반으로 라인 운영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보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반면 전통 제조사들은 기존 내연기관 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해 설계 자유도가 낮아 생산 효율성이 다소 떨어진다. 테슬라의 기가 베를린은 10시간에 1대를 만들지만 폭스바겐의 츠비카우 공장은 30시간에 1대를 만든다.

테슬라는 차체의 대형 부품을 알루미늄 시트로 한 번에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을 도입해 생산 공정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는 스탬핑을 통해 수십 개의 세부 부품을 만들고 이를 용접하는 방식이었다. 기가 캐스팅 방식은 차량 중량 감소, 공장 필요면적 축소, 생산시간 감소, 생산비 절감 등 이점을 지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기가 캐스팅과 배터리팩 구조화로 중량 10%, 공장 필요면적 35%를 줄였다. 최근 토요타도 2026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며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등에서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업계 움직임은 단편적으로는 테슬라의 공격적 가격인하가 원인이지만, 테슬라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수요 둔화에 맞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전기차 신차의 평균 구매가격은 2022년 1~11월 6만5000달러 내외를 유지하다 12월부터 급하락해 지난 6월에는 5만3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전체 신차 구매가격은 같은 기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어 전기차 가격 하락은 이례적으로 분석된다.

이 전쟁 속에서 테슬라는 높은 이익률로 장기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2020년 4분기까지 전통 제조사와 비슷했지만, 제조 혁신 등으로 지난해 3분기엔 5~10배까지 상승했다. 대부분의 전통 제조사들은 아직 전기차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불리하다. 또 전통 제조사들은 과거와 다르게 배터리 핵심광물 공급망 등 새로운 밸류 체인에 대한 설계 등 전기차에 맞춰 새로운 요소들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저가경쟁에서 전통 제조사와 신생 제조사의 입장은 다르다. 신생 업체는 전통 업체들과 저가경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거나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막대한 자본이 있는 기존 플레이어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신생 업체들은 자금조달, 많은 시간, 설비 확보 등 문제로 쉽지 않다”며 “신생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이나 디자인 등 이외의 프리미엄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신뢰, 인지도 등을 갖고 있지만, 신생 업체들에는 없다.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하기 전에 저가 전략에 뛰어들면 오히려 그 불안감이 더 증폭돼 신뢰와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기차 가격 경쟁은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중화 단계에서 수익성 제고에 실패하면 업체의 생존율은 희박해진다.

업계에서는 과거 내연기관차의 대량생산이 시작되고 미국 자동차 업체가 약 20여년 만에 255개에서 44개로 급감한 일과 이번 가격경쟁이 비슷하게 흘러갈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약 200여개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있는데 향후 10년 동안 주요 플레이어는 5~10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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