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네덜란드, 우크라에 F-16 지원…주저하던 美가 내민 조건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우크라이나에 최대 61대의 F-16 전투기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영국 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자국 무기인 F-16 전투기의 이전을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잇따라 방문한 뒤 F-16 전투기의 인수를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네덜란드 남부의 에인트호번 공군 기지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두 나라의 이번 약속은 역사적”이라며 “F-16은 확실히 우리 군과 시민들에게 새로운 힘과 자신감,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우크리아나의 북부 도시에 러시아가 폭격을 가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사상한 것을 거론하며 “이 전투기들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하겠다”고도 했다.
네덜란드는 미국으로부터 차세대 전투기인 F-35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F-16 42대를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예정이었다. 네덜란드 측은 이 가운데 최종 몇 대를 우크라이나에 건넬지 밝히지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42대”라는 구체적 수치를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종사 훈련 등을 위해 15대가 시급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이어 덴마크로 날아가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와 “덴마크의 F-16 19대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이번 결정은 지난주 F-16의 원산지인 미국이 이전을 승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 침공 이후 줄기차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에게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왔지만, 정작 미국은 이를 주저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전투기를 활용하면 작전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슬로바키아·폴란드가 옛 소련제 전투기를 지원한 적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지지부진하면서 남부 아조프해 인근의 멜리토폴 등 러시아 점령지를 뚫기 위해선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주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네덜란드와 덴마크에 서한을 보내 미국 측의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미국은 아직까진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투기를 지원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밝혔다.
문제는 F-16의 인도 시기다. 미국은 네덜란드·덴마크의 전투기 이전을 승인하면서 조종사들의 사전 훈련 기간을 조건으로 붙였다. 이에 따라 덴마크의 인도분은 올해 말 6대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6월부터 우크라이나가 시도하고 있는 ‘대반격’에 F-16을 즉각 투입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러시아에 일격을 가하지 못 하면서 워싱턴에선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FT와 미 CNN은 20일 “우크라이나의 반격 능력을 의심하는 여론이 미 정부 관리들 사이에 점차 확산하고 있으며, 워싱턴과 키이우 사이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 드론으로 러 본토 공격…5명 부상
전날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서는 민간인이 오가는 중앙 광장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6세 여아를 포함한 7명이 사망하고 144명이 크게 다쳤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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