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장비 먹통…외면받는 '타향살이' 국민가수 고복수 음악관
일제시대 트로트 곡 '타향살이'로 유명한 고복수(1911~1972) 선생 기념시설이 외면받고 있다. 관리 부실과 관련 콘텐트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외면받는 국민가수 고복수 선생 '음악관'
지난 16일 울산 중구 성남동 '고복수 음악관'. 2018년 울산 중구가 9억원을 들여 지상 2층(전체 면적 125.62㎡) 규모 주택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음악관 안으로 들어가자, 흉상과 함께 고복수 선생 가수 활동 등을 적어둔 프린트물 10여장이 붙어있었다. 오래된 클라리넷, 드럼 세트, 레코드판, 축음기 등 악기 전시물도 보였다. 고복수 선생 흑백 사진, 삽화로 그린 그림 등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음악관이 보유한 콘텐트는 이게 전부였다. 음악관 마당에서 고복수 선생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내부 전시 공간엔 아예 들리지 않았다. 헤드폰·태블릿 등이 설치된 청음 공간이 2곳이 있었지만, 음악 장비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노래 재생기로 쓰이는 태블릿은 손으로 여러 번 조작해봤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2층 출입금지, 사진 전시관 공사중
고복수 음악관 앞 골목은 1930년대 극장가 모습으로 꾸며놨다. 고복수 선생 동상과 벤치형 포토존이 군데군데 있다. 2016년쯤 중구가 2억원을 들여 이곳 150m 구간을 이렇게 꾸몄다고 한다.
그러나 고복수 길 일대에 방문객은 만날 수 없었다. 이날 3시간 정도를 머무르며 지켜봤지만, 고복수 음악관에 들어가거나 고복수 길을 찾아 돌아보는 방문객은 없었다. 골목 한편에 위치한 '미제사진관' 앞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는 "고복수 음악관에 가 본 적은 있지만 볼 게 없었고, 고복수 길 역시 막상 찾아 돌아다녀 보면 할 게 없다"면서 "(이곳에서) 3㎞쯤 떨어진 중구 병영동에 고복수 선생 생가가 있지만 안내판조차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애창곡 '짝사랑'으로 유명
고복수 선생은 1932년 콜롬비아레코드사가 주최한 신인가수 선발대회에서 입상하면서 가수의 길을 걸었다. 부인 황금심 선생과 함께 중국 등 해외 순회공연도 했다. 1936년 발표한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라는 가사를 가진 '짝사랑'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애창곡으로 유명하다. 울산에선 매년 6월 '고복수 가요제'도 열린다.
김광석 길 인기도 예전만 못해
고복수 길처럼 유명 가수를 주제로 한 대구 중구 대봉동에 있는 '김광석 길' 도 최근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광석길 방문객은 46만82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8306명보다 2%감소했다. 지난 주 경남 양산에서 대구를 찾은 이모(35)씨는 "김광석 길을 찾아갔지만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광석길은 2010년 수성교~송죽미용실을 따라 350m구간에 조성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콘텐트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술지 『울산학연구(17호)』에 '고복수의 삶과 음악 활동'이란 글을 쓴 김정호 울산예술고 교사는 "고복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트로트 가수를 불러 문화강좌나 공연을 하는 식으로 콘텐트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 중구 관계자는 "김광석길은 가을에 관광객이 몰린다. 작품을 늘리고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시민과 관광객이 다채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윤호·백경서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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