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법원장 인선 막판 고심…與 "왼쪽 기운 사법부 돌려놔야"

박태인 2023. 8. 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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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1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서 조재연(오른쪽 두번째), 박정화 전 대법관(오른쪽), 김명수 대법원장(왼쪽)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환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왼쪽으로 기울어진 사법부의 추를 돌려놓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대법원장 인선을 앞두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21일 전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22일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다. 내달 24일로 6년의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자가 공개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발탁되며 법원의 균형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중간으로라도 추를 돌려놓아야 한다”며 “재판 지연 등 법원 정상화와 사법 개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장 최종 후보군으로는 전·현직 대법관(조희대·오석준)과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고법 부장판사(이균용·홍승면), 그리고 전·현직 헌법재판관 출신(강일원·이종석) 등 크게 세 분류로 나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후보를 놓고 마무리 선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석준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법관 출신으론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오석준 대법관과 2020년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이 거론된다. 오 대법관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고 최근 한차례 청문회를 거친 것이 장점이다. 조 전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에서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린 보수 성향의 전직 법관이다.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뇌물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익을 취했다고 드러난 것이 없다”며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퇴임 후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옮겨 후학을 양성 중이다. 현재 66세로 70세가 정년인 대법원장의 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이 변수다.

2020년 퇴임한 조희대 전 대법관의 모습. 그는 김명수 대법원에서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통상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거친 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김 대법원장 이후 그런 관례는 깨진 상태다. 대통령실도 “대법원장이 꼭 대법관을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이균용·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특히 이 부장판사의 경우 지난해 오 대법관과 지난달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됐을 때도 대통령실에서 유의 깊게 살펴보던 대법관 후보군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사진)도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사진은 2021년 대전고등법원장 시절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하던 이 부장판사의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관 출신 후보자론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추천 몫으로 지명된 이종석 헌법재판관과 2018년 퇴임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재판관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헌재 탄핵 사건 주심이었다. 다만 헌재 출신이 임명될 경우 두 사법기관 간 위상과 관련한 법원 내 반발이 상당할 수 있어 임명 가능성이 높진 않다는 말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법원 내 신망이 높고 강단 있게 사법 개혁을 밀어붙일 인물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 출석의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해 야당의 반발이 변수다. 김 대법원장도 2017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당 의원 30명이 찬성표를 던지며 가까스로 과반을 넘겨 임명됐다. 반면 같은 달 표결이 이뤄졌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가결 정족수에 2표가 모자라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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