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新협력체로 '기회·실익' 강조… 北에는 '자금줄 차단' 경고(종합)

배경환 2023. 8. 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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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성장동력 확보…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창출"
공급망·금융·첨단기술 등 경제 분야 신공조 추진
강화된 대북 메시지… "3각 안보 결정체 더욱 견고"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로 우리 국민들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역사상 첫 단독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다뤄진 공급망, 금융 외환 시장,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모두 실질적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금줄인 '사이버 불법 활동' 감시에 적극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 "역내 공조에 머물렀던 한·미·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며 이같은 3국의 경제 협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공급망과 신흥기술, 금융·외환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쏟아질 것을 예고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에 따라 역사상 최초로 3국 산업·상무 장관 연례회의 신설에 합의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제 협력 체계가 실시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공급망 불안정, 첨단기술 경쟁 격화… "위협 대응하고 공동 이익 협력 수준 끌어올릴 것"

3국 정상회의의 결과로 경제 측면에서는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기술안보·표준 ▲핵심광물 ▲바이오 기술 등 미래 세대의 먹거리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첨단산업·혁신기술·공급망 분야 협력이 한층 고도화될 전망이다. 공급망 불안정과 첨단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이 공동의 위협에 대응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합의해서다.

무엇보다 우리로서는 부존 자원이 부족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의 '요소수 사태'를 언급하며 "이 같은 외부 교란 요인 발생 시 신속한 공조 대응이 가능해지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이나 소재, 장비 수급과 관련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모든 해외 순방에서 '공급망 강화'를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은 사실상 첫 실질적 성과물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미래를 선도할 혁신기술 보호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도 합의했다. 연내 3국 기술보호 당국 간 협의를 개시함으로써 3국의 기술보호 역량이 제고되고 이를 바탕으로 3국 간 첨단기술 협력도 심화,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는 국제표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3국 정부 표준화기관 간 협력도 포함돼 한국은 미국과 함께 기술 분야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3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에 첫발을 뗀 것도 의미가 크다.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출범시켜 금융시장 안정에도 힘을 모으기로 한 것으로 그동안 한미, 한일, 미·일 등 양자 체제에서만 협력이 이뤄지던 금융·외환 협력이 3국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에 맞춰 지난 6월 한일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한 상황으로 이를 기반으로 금융·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3국의 무역·투자 협력은 뼈대를 더욱 탄탄히 갖추게 됐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3국의 경제 협력으로 "우리 경제 규모가 더 커지고, 산업이 더 고도화되고,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면서 실질적 복지도 향상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 확인… "북핵 개발 자금줄 감시·차단할 것"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물의 또 다른 핵심축인 안보의 경우,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결정체 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채택을 의미한 것으로 "북한 정권의 핵 미사일 개발 자금줄인 사이버 불법 활동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데 한·미·일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3자 군사훈련' 강화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직후 이에 대응하는 차원의 훈련뿐만 아니라 연간계획에 따라 3자 훈련을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서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조율된 메시지를 발신하고 안정적인 3자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3국은 연내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 계획을 재확인했다. 현재 한미는 한국군 작전통제소(KTMO-CELL)와 주한미군 작전통제소(TMO-CELL)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보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도 실시간 정보 공유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3국 간에는 실시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하와이 연동통제소가 실시간 경보정보 공유 체계의 허브 역할을 맡아 주한미군의 TMO-CELL과 주일미군의 C4I(지휘통제시스템)를 연결해 한미일 3국의 실시간 정보 공유망을 구축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차 한·미·일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에도 적지 않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데 이어 귀국 직후 트위터를 통해서도 "두 정상을 모시고 다음 한·미·일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고 이번에는 미국에서 모인 만큼 다음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정이다. 다만 내년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는 점은 변수다. 대통령실은 "한국과 미국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개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소 연 1회 이상 정례화가 선언된 만큼 이에 맞춰 실무진 간 협의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北, 목적 달성 위해 핵 사용도 불사할 것… 북핵 대응훈련 확실히 점검하라"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국가중요시설을 공격해 국가기반체계를 마비시키려 할 것"이라며 "북한은 전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며, 핵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나흘간 실시하는 을지연습에 대한 주문으로 '북핵 대응훈련'을 통해 "국가적 대응 능력을 확실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을지연습은 전시·사변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해 국가 위기관리능력을 점검하고 전시 임무 수행 절차를 숙달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연 1회 실시하는 정부 주관 비상대비훈련이다. 을지연습은 한미 군 당국의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와도 연계해 실시된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가짜뉴스와 위장평화 공세, 선전 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처음 실시한 지난해 을지연습에서는 ‘국가기간 정보통신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만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가짜뉴스로 인한 비물리적 사회 혼란까지 챙겨달라는 차원에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오늘날의 전쟁은 가짜뉴스를 활용한 여론전과 심리전, 테러를 동반한 비정규전,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전, 핵 위협을 병행한 정규전 등 모든 전쟁을 혼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민·관·군이 함께 국가 총력전 수행 역량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가짜뉴스'를 활용한 위협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개전 초부터 위장평화 공세와 가짜뉴스 유포, 반국가세력들을 활용한 선전 선동으로 극심한 사회 혼란과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며 "빠른 전시 전환을 방해해 본격적인 싸움도 해보기 전에 패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와 위장 공세, 선전 선동을 철저히 분쇄하고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을지연습을 축소·시행한 전 정부를 지적하며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전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관·군 통합 연습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며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방호 대책 개선을 주문했다. 원전, 첨단산업시설, 국가통신망을 언급한 것으로 "미사일, 드론, 사이버 공격으로 파괴된다면 우리의 전쟁 지속 능력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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