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무효 3개월 만에 또 출마 김태우, 선거비용도 세금으로?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2023. 8. 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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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보가 알고 싶다] 주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경비

[정보공개센터]

 본인의 페이스북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소식을 알린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
ⓒ 김태우 페이스북
대법원 선고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오는 10월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이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출마를 강행했고, 결국 직을 상실해 구정 공백을 초래했음에도 대통령 사면을 등에 업고 재차 보궐선거에 나선 것이다. 무리한 사면에 이은 뻔뻔한 출마라는 비판에도, 김 전 구청장은 "구정 공백 없이 당장 일할 수 있는 후보"라고 자칭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6월, 강서구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보궐선거 경비 39억 8700만 원을 지급했다. 현행 선거법상 지방선거의 재·보궐 선거경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게 되어 있다.
 
 서울 강서구 세입세출공개 시스템에 공개된 보궐선거 경비 납부 내역. 6월 14일 39억 8700만 원을 지급했다.
ⓒ 강서구 세입세출 공개 시스템
 
김 전 구청장이 직을 상실하면서 발생한 40억 원에 달하는 보궐선거 비용을 강서구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이는 강서구 1년 예산의 0.3%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 선거경비에는 선거 준비와 실시에 따르는 관리 비용과 선관위 운영 및 사무처리 비용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비용에 대한 보전액도 포함되어 있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운동 비용 전액이 여기서 지급된다. 10~15%를 득표할 경우 절반을 보전하도록 되어 있다. 헌법으로 규정된 선거공영제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김태우 전 구청장 역시 이에 따라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은 만약 선거범죄로 인해 당선무효가 되는 경우 선거비용 보전액을 다시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우 전 구청장의 경우 선거범죄가 아니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당선무효가 된 사례이기 때문에, 비용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 전 구청장이 두 차례 선거운동으로 지출한 비용 모두 강서구 주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주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2019~2021 지방선거 재·보궐 비용만 732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2023년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경비 자료를 표로 재구성. 2023년 재·보궐선거의 경우 아직 선거경비 결산 중.
ⓒ 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센터가 선관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3년 동안 모두 82개 선거구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이에 투입된 선거 경비는 모두 732억 원, 모두 지방재정이 쓰였다(2019~2021년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사유 및 소요 경비).

2019년 4월에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북 문경시에서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려 각각 2억 6000만 원, 3억 9000만 원의 선거관리 비용이 들었고, 2020년 4월 보궐선거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 8명, 광역의원 17명, 기초의원 33명을 뽑아 모두 82억 원의 선거경비를 사용했다. 특히 2020년 4월 재·보궐은 21대 총선과 함께 선거를 진행했음에도 적지 않은 재정이 투입된 것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포함된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는 무려 643억 원의 선거 경비가 지출되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406억 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164억 원이 들었고,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 14억 원, 의령군수 재선거에도 5억 원 넘는 비용이 들었다. 그 외에도 광역의원 8명과 기초의원 9명을 다시 선출하는데 54억 원의 세금이 쓰였다. 모두 잔여임기가 1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재·보궐 선거로 인한 지방재정의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잘못은 정치인이 했는데 재·보궐 선거비용은 주민들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예전부터 계속 존재했다.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나 이를 후보자로 공천한 정당이 선거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재·보궐 선거 비용과 관련한 법안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거나 기타 이유로 공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남은 임기일에 비례하여 선거비용 보전액을 반환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성폭력 행위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경우, 후보자를 추천했던 정당이 다시 해당 재·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역시 성폭력 범죄나 뇌물죄 등 부정부패 사유로 실시하는 재·보궐선거의 경우, 그 사유를 제공한 자와 소속 정당이 선거경비를 부담하는 법안을 냈다. 이외에도 이종배, 송석준, 이태규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재·보궐 선거의 귀책 사유를 제공한 당사자나 후보자를 낸 정당이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납하거나, 재·보궐선거 경비를 부담하라는 '사이다' 법안을 쏟아냈다.

문제는 이러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주로 선거 국면에서 상대 정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짝 등장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재·보궐 선거비용과 관련한 법안들을 제출한 국회의원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고, 공교롭게도 모두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성범죄로 인해 연달아 광역단체장 자리를 공석으로 만든 민주당의 책임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였던 것이다. 결국 선거가 끝나자, 이 법안들은 별다른 후속 논의 없이 조용히 잊혔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2021년 3월 31일 재보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후 2년이 넘도록 별다른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공회전하는 논의, 부담은 계속 주민이 져야

재·보궐 선거경비와 관련한 법안이 '저격' 도구로 활용되면서, 국회에서 제대로 동력을 얻지 못한 것도 있지만 법적인 쟁점도 존재한다. 헌법 제116조 제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하여, 선거공영제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물론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라는 제외조항이 있지만, 이 제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원인 제공자에게 어디까지 선거비용을 부담시킬 것인지, 위법행위로 인한 당선무효 재선거와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 위법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둘 것인지 등에 따라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자칫 공무담임권을 제약하여 위헌 시비가 걸릴 우려도 있다.

당장 21대 국회에서 우후죽순 쏟아진 법안들도 다른 선거에 재출마하기 위한 사퇴를 막자는 내용부터, 성폭력 범죄에 한정해 선거경비를 부담하게 하는 방안, 강력범죄까지 사유를 확대하는 법안까지 논의가 정리되지 못하고 제각각인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대안은 기존에 존재하는 '선거비용 보전액 반환' 사유를 확대하는 것이다. 재·보궐 선거경비를 모두 책임지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만큼 과거 선거운동을 보전해 준 금액은 다시 뱉어내라는 취지다.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에 한정된 반환 사유를 확대하여,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당선무효 전체를 반환 사유로 하거나, 임기를 수행하지 못하게 된 모든 경우 잔여임기에 비례하여 선거비용 보전액을 반환하게 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는 분명하다. 2022년 선관위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환수하지 못한 보전금이 191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당사자가 반환할 재산이 없다며 소멸시효가 끝날 때까지 버티면 제대로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출하면서, 선거범죄로 기소되거나 고발된 경우 그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하는 규정을 넣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국회에서 마땅한 결론이 나지 못한 상황이다.

매번 재·보궐 선거를 치르고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는 결국 유권자들의 책임도 존재한다. 잘못 뽑은 책임이다. 문제는 이러한 책임에 따르는 비용을 왜 모두 주민들만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나 그를 추천한 정당 역시 그 비용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정당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예외를 두면서 슬쩍 후보를 내거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보를 다시 복당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권력은 쥐고 싶고 책임과 비용은 남 탓으로 돌리는 한국 정치의 악순환,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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