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알카라스 꺾고 신시내티오픈 우승...헐크처럼 옷 찢고 포효

피주영 2023. 8. 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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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라스에 설욕하고 상의를 찢고 포효하는 조코비치. USA투데이=연합뉴스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2위·세르비아)가 카를로스 알카라스(20·세계 1위·스페인)를 꺾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신시내티오픈 정상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신시내티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알카라스와 3시간49분 혈투 끝에 2-1(5-7 7-6〈9-7〉 7-6〈7-4〉) 역전승을 거뒀다.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이다. 조코비치는 세계 1위 자리도 탈환할 전망이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는 조코비치. AP=연합뉴스

이로써 조코비치는 지난달 윔블던 결승 패배를 설욕했다. 당시 대회 5연패와 통산 8번째 우승을 노리던 조코비치는 4시간42분 경기 끝에 알카라스에 역전패했는데, 한 달여 만에 자존심을 세웠다. 알카라스와 역대 상대 전적에서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조코비치는 알카라스와 올해에만 세 차례 맞대결을 벌였다. 지난해 마드리드오픈 준결승에서 성사된 첫 맞대결과 올해 윔블던 결승에서 알카라스에게 졌고, 올해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는 이겼다.

조코비치는 또 미국에서 약 2년 만에 우승을 거두는 겹경사를 맞았다. 조코비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지난해 미국 땅을 밟지 못했다. 지난 5월 미국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외국인도 입국할 수 있도록 방역 방침을 완화하면서 올해 미국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신시내티오픈이 조코비치의 미국 대회 복귀전이었다.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신예 알카라스를 제압한 조코비치. USA투데이=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두 차례나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끝장 승부'가 펼쳐졌다. 조코비치는 세 번째 세트 게임 점수를 5-4로 앞선 채 맞은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우승을 확정할 기회를 여러 번 잡았다. 그때마다 알카라스가 네 차례 듀스 끝에 게임을 따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경기 막판이 되자 30대 중반의 조코비치는 힘이 부치는 듯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알카라스는 오른손이 저린 듯 틈 날 때마다 라켓을 왼손으로 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날린 마지막 서브를 알카라스가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서 조코비치의 승리가 확정됐다. 우승이 확정되자 조코비치는 코트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선 마치 '헐크'처럼 두 손으로 상의를 찢으며 다시 한 번 포효했다. 알카라스는 아쉬움에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조코비치에 아쉽게 패해 우승을 놓친 알카라스. EPA=연합뉴스

조코비치는 "말도 안 되는 경기였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내 테니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 이긴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흐름이 바뀌었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경기였다. 가장 힘든 경기였지만, 가장 짜릿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와 알카라스는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다시 한번 우승 경쟁을 펼친다.

여자부에서는 코리고프(세계 5위·미국)가 카롤리나 무호바(세계 17위·체코)를 2-0(6-3 6-4)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2005년 3월생으로 19세인 고프는 생애 처음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1000시리즈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신시내티오픈에서 10대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68년 17세의 나이에 우승한 린다 투에로 이후 55년 만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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