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日 전기차 제쳤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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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파는 도요타는 지난해 굴욕을 겪었다.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처음으로 전기차를 내놨는데 바퀴가 빠지는 결함이 발견됐다.
모터와 배터리를 자동차에 일찌감치 적용했던 도요타가 전용전기차를 남들보다 한참 뒤늦게 내놓은 것도 의아했는데, 만듦새마저 엉성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부터 하이브리드 양산차(도요타 프리우스)를 만들면서 전 세계에서 대성공을 거둔 만큼 친환경 이동수단을 둘러싼 기술경쟁에서 한 번 잡은 주도권을 포기하고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내키지 않았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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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격차 빨리 좁혀져
中 수입물량만 해도 韓의 7배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파는 도요타는 지난해 굴욕을 겪었다.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처음으로 전기차를 내놨는데 바퀴가 빠지는 결함이 발견됐다. 전기차의 무게나 가속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탓이다.
재빨리 리콜 조치까지 하며 수습했으나 명성에는 금이 갔다. 모터와 배터리를 자동차에 일찌감치 적용했던 도요타가 전용전기차를 남들보다 한참 뒤늦게 내놓은 것도 의아했는데, 만듦새마저 엉성했기 때문이다. 평소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으로 최고 제품을 만든다는 뜻) 정신을 강조해 온 점을 감안하면 도요타답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일본 전기차가 처한 최근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지적하는 이가 많았다. 일본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다만 전 세계 흐름과 동떨어져 그들만의 길을 고집하다가 뒤처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 주변과 유리된 채 고유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습성으로 비치면서 남미의 섬 갈라파고스에 빗대기도 한다.
테슬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중국의 수많은 로컬 메이커가 잇따라 전기차를 내놓은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으나,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태도를 두고서도 비슷한 평이 나왔다. 20세기 후반부터 하이브리드 양산차(도요타 프리우스)를 만들면서 전 세계에서 대성공을 거둔 만큼 친환경 이동수단을 둘러싼 기술경쟁에서 한 번 잡은 주도권을 포기하고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내키지 않았을 테다.
뒤늦게 따라붙긴 했으나 일본의 저력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는 많지 않다. 격차는 예상보다 빨리 좁혀지고 있다. 올 상반기 일본의 순수전기차 수출액은 4363억엔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 늘었다. 아직 물량 자체가 많지 않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주요 자동차 수출국 가운데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기준 중국의 전기차 수출액 증가율이 175%, 독일이 113% 정도다. 테슬라의 본고장 미국이 73%, 우리나라는 102%(한국무역협회·UN컴트레이드 등 참고) 수준이다.
일본이 주로 전기차를 수출하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네덜란드·캐나다 등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곳이다. 눈에 띄는 곳은 중국이다. 수많은 현지 업체가 난립한 시장으로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 브랜드 전기차는 발붙이기 힘든 시장으로 꼽힌다. 그런 중국에서도 전기차를 많이 수입하는 곳이 독일과 미국, 그다음이 일본이다.
한국산 전기차는 전체 전기차 수입 물량의 1% 남짓에 불과하다. 일본산 전기차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올 들어 꽤 늘어난 수준이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세계 최대 완성차 시장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도 주요 나라 가운데 가장 빠르다. 중국 경기가 최근 많이 고꾸라졌다고는 하나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긴 어렵다.
이동수단과 관련한 기술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정치·통상 등 다양한 외적 변수로 언제든 시장은 급변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는 알게 됐다. 잠깐 주춤하면서 칼을 간 일본이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그게 언제인지가 관건인데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20세기 최고의 공학적 성과로 꼽히는 전력망(그리드)을 보완·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이온배터리, 대중에게 보급 가능한 양산형 순수전기차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이 일본이었다. 최초에 관한 경험은 잘못되면 자만으로 이어지지만 잘 가다듬는다면 새로운 변화를 이끌 자양분이 된다. 잠깐 일본을 앞섰다고 고삐를 놓을 때가 아니다.
최대열 산업IT부 차장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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