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장애 극복하고 '육상황제 볼트' 후계자 꿈꾸는 라일스, 세계선수권 100m 우승

피주영 2023. 8. 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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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남자 100m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장풍 세리머니'를 펼치는 라일스. EPA=연합뉴스

우사인 볼트(37·자메이카·은퇴)를 이을 차세대 '육상 황제' 노아 라일스(26·미국)가 개인 첫 세계선수권 100m 우승을 차지했다. 200m에서는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라일스는 2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서 9초83으로 1위를 차지했다. 깜짝 우승이다. 세계선수권 200m 2연패(2019년 도하, 2022년 유진)를 달성한 '200m 최강자' 라일스는 100m에서는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미국 대표선발전에서도 10초00, 3위로 막차를 탔다.

하지만 라일스는 그 누구보다 큰 꿈을 꿨다. 최근엔 소셜미디어(SNS) "나는 9초65, 19초10을 뛸 것(I will run 9.65 19.10)"이라고 썼다. 100m 9초65, 200m 19초10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다. 그의 패기 있는 메시지는 큰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목표에 한발 다가선 라일스는 목표를 추가했다.

바로 볼트 이후 첫 세계선수권 남자 3관왕(100m, 200m, 400m 계주 석권)이다. 볼트는 남자 100m 9초58, 200m 19초19의 세계 기록을 보유한 육상 전설이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세 차례(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나 3관왕(100m·200m·400m 계주)에 올랐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라일스(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라일스는 "육상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내가 100m에서도 우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비웃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고, 결국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육상이 2023년을 '라일스가 세계선수권에서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우승했던 해'라고 떠올릴 것"이라며 3관왕을 목표로 삼았다.

라일스의 인생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은 병마와 싸워야 했다. 유년에는 천식을 앓았고, 고교 시절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난독증 진단을 받아 치료받았다. 트랙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라일스가 힘든 시기를 투병 생활을 견뎌낸 건 어머니 케이샤 덕분이다.

라일스는 "네 살 때 호흡이 곤란해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의 배경은 주로 병원"이라며 "작은 병원 침대에 어머니와 함께 누웠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어머니는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케이샤는 남편과 이혼한 뒤, 라일스와 그의 남동생 조세퍼스(25)를 홀로 키웠다. 라일스의 투병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완치를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TT 넷플릭스는 라일스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는 라일스. AFP=연합뉴스

라일스는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에 라일스는 우승할 때마다 '엄마, 내가 세계 챔피언이야'라고 말한다. 세계선수권 100m에서도 어머니에게 같은 소식을 알렸다"고 전했다. 우승 후엔 양손을 모았다가 허공으로 내지르는 '장풍(에네르기파) 세리머니'를 펼쳤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을 따라한 것이다.

그는 "세리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해야 한다. 그래야 보는 이들도 즐겁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라일스는 "나는 육상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200m도 내가 정말 사랑하는 종목이다. 내가 어떻게 뛰는지 지켜보라"며 "내 남은 경기를 지켜보며 '왕조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위대한 질주'를 예고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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