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부, 차관보급 '인태 대사' 신설 추진…尹대통령 지시

박현주 2023. 8.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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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3국 정상이 차관보급 연례 '인도 태평양 대화' 발족에 합의한 가운데, 외교부가 인태 전략을 담당할 1급(차관보급) 직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내 차관보급 '인태 대사'가 만들어진다면 3국 대화의 수석 대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尹 지시로 신설 검토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독자 전략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지만, 실제 사업 및 후속 조치 이행을 위한 예산과 조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주무 부처인 외교부에서 인태 전략은 외교전략기획관실 산하 소수의 팀이 담당하고 있으며, 인태 전략만을 위한 직접적인 예산은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인태 전략을 전담할 고위급 직위 혹은 대통령 직속 인태 전략 위원회를 출범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 검토와 관계 부처 협의를 이어왔다.


연례 대화 대표 맡을 듯


이런 가운데 3국 간 연례 인태 대화가 마련되면서 관련 직위·조직을 신설할 명분은 더 충분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3국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접근법의 이행을 조율하고 협력이 가능한 새로운 분야를 지속적으로 식별하기 위해 연례 3자 인도·태평양 대화를 발족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3국 인태 대화의 운영 방식에 대해선 현재로썬 차관보급 인사를 수석 대표로 국장급 등 여타 고위 인사가 대화에 참석한다는 정도만 공개됐다. 그간 외교부가 인태 전략 관련 별도 기능을 갖추기 위해 관계 부처와 다방면으로 협의해온 데다, 인태 전략 추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지까지 고려하면 대사 직위를 이참에 신설해 수석 대표의 임무를 맡기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외교부는 21일 인태 대사 신설 계획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정례화한 3국 인태 대화 출범은 앞으로 특별한 현안이나 계기가 없어도 고위급에서 관련 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3월 미국, 호주와 함께 한ㆍ미ㆍ호 국장급 지역전략대화를 개최해 인태 전략을 논의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간한 '이슈와 논점,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특징 및 향후 과제' 중 한국의 인태전략 구성 관련 대목. 보고서 캡처.


3국 이견 '조정' 핵심


3국 대화의 관건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의 인태전략, 같은 해 2월 발표된 미국의 인태전략, 그리고 2016년 자체 인태전략을 공개한 뒤 지난 3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새 추진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한 일본의 인태 구상 간 ‘싱크로율’을 높이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국 공동성명에도 대화 출범의 목적으로 각국 인태 정책에 대한 '조율' 작업이 꼽혔다.

현재 3국의 인태 전략을 비교하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라고 명시한 데 반해, 미국은 "인태 지역은 중국으로부터 점증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의 공세와 강압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은 인태 지역에서 가장 극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인태 구상에는 중국 관련 직접적 언급이 없다. 이외에도 3국이 인태 지역으로 인식하는 국가의 지역적 범위, 중점 추진 과제 등에서도 다소 인식 차가 있다.

한미일이 각각 지난해 12월, 2월, 지난 3월 발표한 인태 전략 및 구상 자료. 각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표지 캡처.


각국 지역 전략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체가 본격 가동되면 이런 인식의 핵심 간극도 어느 정도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도서국 국가에 대한 공동 개발 협력 사업 추진 등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부터 접점을 찾아 인태 지역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가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선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형 인태 전략에 대한 보강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3국의 지역 전략을 '조정'(coordinate)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규모가 큰 작업"이라며 "한국이 자칫 미ㆍ일의 인태 전략·구상에 일방적으로 동조화되지 않으려면 3국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우리의 자체 전략을 서둘러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태 지역 관련 한국의 정책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우선순위며, 각 부처에 분산된 인태 전략 관련 사업을 조정하고, 관련 조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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