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어 英도 '신용등급 강등' 위기…빚더미에 질식하는 英

조유진 2023. 8. 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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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 100.8%로 급증

영국의 공공부채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 규모를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경제 규모 대비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펼친 결과다. 치솟는 정부·공공기관 부채로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미국에 이어 영국이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영국의 공공부채가 6월 말 기준 2조6000억파운드(약 4442조원)로 불어나면서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영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00.8%로 급증했다. 영국의 공공부채가 경제 규모를 넘어선 것은 제1·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발(發) 에너지 가격 폭등 사태를 거치면서 나랏돈을 풀어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는 재정 정책을 확대했고, 그 결과 영국의 공공부채는 40% 이상 급증했다. 지난달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현재의 심각한 재정 적자 상황이 시정되지 않으면) 향후 반세기 안에 영국의 공공부채가 GDP의 3배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재정 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달 초 피치가 현재 최고 수준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이후 영국의 신용등급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피치는 향후 3년간 미국의 재정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면서 미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트리플A(AAA)’에서 ‘AA+’로 하향했다. JP모건 프라이빗 뱅크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샘 지프는 "미 달러와 달리 영국 파운드화는 기축통화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채 우려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현재 정부의 세입의 10.4%를 이자 상환에 쓰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S&P의 영국 국채 수석 애널리스트인 막심 리브니코프는 "현재의 재정 상황이 신용등급을 압박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은 이미 10년 전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최고등급을 모두 잃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디스와 피치가 영국의 최고 신용등급(AAA)을 박탈했고, 이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영국의 신용등급은 계속 낮아졌다. 2016년 브렉시트 이후 외부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위험 등을 이유로 S&P는 영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 단계 하향했고, 무디스도 브렉시트 우려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재정 여력 악화 등을 이유로 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내렸다.

영국은 현재 3대 신평사 모두에서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은 모두 '부정적'(피치·S&P)이다. S&P와 무디스는 오는 10월20일, 피치는 12월1일에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한 평가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쉽사리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도 영국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독일 신평사 스코프레이팅스의 국가·공공부문 이사인 에이코 시버트는 "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영국의 공공부채에 더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14회 연속 인상해 2008년 4월(연 5.25%)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로 높인 상태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2021년 12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긴축으로 방향을 틀면서 연 0.1%이던 기준 금리를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올렸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자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를 더 높이며 금리 인상 사이클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연 6%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내년 2월까지 6%대 금리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영국 경제가 대량 실직에 직면하고, BOE가 더딘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경기 침체를 유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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