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EU 디지털법' 여파…빅테크, 대비책 마련에 분주
구글·애플·아마존 등 대응책 마련 중
"빅테크, 강력한 규제의 세계로 전환"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을 앞두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U가 3년간 준비해 대형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확산 관련 책임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법인 만큼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는 이달 25일 DSA를, 다음 달 DMA를 시행한다. 두 법은 EU가 2020년부터 도입을 추진한 법으로 지난해 법제화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본격 적용한다.
DSA는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과 관련해 대형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다. 뒤이어 시행하는 DMA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담긴 법이다. 두 법은 2018년 유럽이 개인정보 보호법을 만든 이후 기술 기업을 규제하는 가장 포괄적인 법안으로 평가된다. WSJ는 "수백개의 조항이 마치 100여년 전 미국에서 금융 부문에 부과한 각종 조항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별도의 화면을 준비 중이다. EU가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크롬 브라우저에 대항할 경쟁자가 있었으면 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마존은 잠재적으로 불법적인 제품이나 콘텐츠를 별도로 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구축하고 제3의 판매자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틱톡은 사용자가 본 동영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개인 맞춤 동영상을 추천하기보다는 지역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동영상을 제공하는 옵션을 사용자에게 줘 중독성에 덜 노출되게끔 할 계획이다.
WSJ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부는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스크롤을 내리고, 검색하거나 쇼핑하는 방식까지 바꾸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과 메타플랫폼 등 빅테크 기업에는 EU의 디지털법 시행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인력만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 기업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변화를 감수하는 이유는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벌금을 받는 것은 물론 유럽에서 사업 자체를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콘텐츠 규칙 위반에 따른 벌금은 전체 매출의 최대 6%를 부과할 수 있으며, 디지털 경쟁 규칙을 재차 위반하면 매출의 20%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면 EU가 회사를 강제로 해체할 권한도 갖는다.
마틴 후소벡 런던정경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빅테크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에 규칙을 제공하는 독점권을 잃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출신의 브라이언 위저 기술 애널리스트는 1933년 미국에서 은행을 개혁하고 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을 분리한 글래스 스티걸법을 언급, "지금이 빅테크 기업에 글래스-스티걸 순간이다. 사실상 거의 규제가 없던 환경에서 강력한 규제의 세계로 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럽은 2018년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해 IT 기업에 대한 압박을 수년간 지속, 규제기관으로서의 리더십을 확고히 해왔다. 그런 만큼 이러한 유럽의 규칙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규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EU는 두 법의 시행으로 디지털 시장의 공정성과 개방성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쉽게 등장하고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대기업에 도전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DMA 시행 담당인 알베르토 바키에가 EU 국장은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장 얻고자 하는 것이며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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