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의 소신 혹은 고집 “AG 金 중요하지만, 이강인은 A대표팀이 우선”

송지훈 2023. 8.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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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조기 차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항저우아시안게임대표팀(감독 황선홍)의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조기 차출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적 관심, 선수들의 병역 혜택 등으로 인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중요하지만, 현재 이강인이 A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 중인 만큼 A대표팀 일정을 우선 소화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18일 대한축구협회 출입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강인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아시안게임대표팀은 다음달 19일 중국 항저우 인근 진화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본선 E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태국전(21일), 바레인전(24일)을 잇달아 소화한다. A대표팀은 그에 앞서 8일 영국 카디프에서 웨일스와, 13일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A매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황선홍 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은 “이강인을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지만 아시안게임대표팀 멤버들과 단 한 번도 발을 맞춰본 적이 없다”면서 “A대표팀의 양해를 구해 이강인을 출국(다음달 15일) 전 소집훈련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뜻을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황선홍 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은 대회 개막 전 이강인을 가급적 일직 차출해 동료 선수들과 발을 맞출 기회를 얻길 바라고 있다. 뉴스1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문화에 대해 잘 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럽 구단에 내가 직접 여러 차례 연락해 설명한 바 있다”면서도 “이강인을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일찍 보내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두 대표팀의 일정이 겹치지 않는 만큼, A매치를 온전히 치른 뒤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A매치는 아시안게임에 비해 수준이 높은 경기다. 더 뛰어난 상대와 맞대결하는 게 선수 자신(이강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서 “홍현석(헨트), 박규현(드레스덴) 등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모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선수 차출의 우선권을 가진 A대표팀 감독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이강인의 아시안게임대표팀 조기 합류 구상은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이 경우 혹여 아시안게임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땐 책임 소재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K리그 경기 지켜보는 클린스만 감독(가운데 위)과 차두리 대표팀 코디네이터. 뉴스1


국내 체류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몸은 해외에 있지만 대표팀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부임해 개월 수로는 5개월, 날짜로는 167일(21일 기준)간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내에 머문 건 67일에 불과하다. 정확히 100일을 해외에 체류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축구 팬들이 “K리거 관찰과 관리를 차두리 코디네이터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일임하고 감독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 초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2026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 추첨식에 참석했다. 곧장 미국 LA의 집으로 건너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더블린(아일랜드)에서 미리 잡아놓은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간 김에 런던으로 이동해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관전했고, 브렌트포드에서 (올 여름 이적한 한국인 수비수) 김지수를 만날 기회도 있었다. 지금은 다시 LA에 머물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이달 말 유럽축구연맹(UEFA) 회의와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 행사에 참석한 뒤 축구대표팀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 볼 예정이다. 이후 9월 A매치를 준비하기 위해 (첫 경기 장소인) 카디프로 곧장 넘어간다”고 계획을 전했다.

6월 A매치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표팀 운영 구상을 밝히는 클린스만 감독. 뉴스1


해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에 대해 “현재는 대표팀 일정뿐만 아니라 한국에 부임하기 전 미리 잡아놓은 일정들까지 소화하는 중이다. 관련해 대한축구협회에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밝힌 그는 “9월 이후엔 내년 상반기까지 월드컵 2차예선과 아시안컵 본선 등 대표팀 일정만으로도 빠듯해 (다른 일정을 소화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대표팀 감독은 가급적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고정관념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일하는 방식이 이전 감독들과 다르다는 점 또한 인정한다”면서도 “축구대표팀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글로벌 단위로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여러 경쟁국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노력까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두리 코디네이터와 얼마나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지 안다면 ‘K리그를 등한시 한다’는 오해는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여러 코치들과 역할을 나눠 40~50명의 국내·외 선수들을 다각적으로 관찰하며 축구대표팀 경쟁력을 끌어 올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들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릴 앰버서더 같은 존재들"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진 원풋볼 인스타그램


토트넘 주장이 된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 후배가 된 김민재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에 대해 “두 선수 모두 한국 축구의 얼굴과 같은 존재들이다. 세계에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릴 앰버서더들”이라 언급한 클린스만 감독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능력이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 미국대표팀 감독 시절 자국리그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을 적극 도와 주목 받았던 그는 “선수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것”이라면서 “최종 선택은 선수들의 몫이지만, 최고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돕겠다는 생각”이라 강조했다.

축구대표팀은 9월 A매치 평가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예선, 아시안컵 본선 등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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