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 합심] 지휘자의 템포, 감독의 템퍼
안희수 2023. 8. 21. 08:10
음악 연주자에게는 저마다 빠르고 느림에 대한 기준이 있습니다. 템포감입니다. 같은 곡이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끈적하게 음의 끝자락을 붙잡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연주자의 속도는 폭풍을 맞으며 언덕 아래로 달리는 것처럼 질주합니다. 마치 펜싱 칼을 휘두르는 듯한 활 솜씨를 보여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연주도 그분 고유의 템포가 느껴집니다. 템포는 음악을 연주하는 속도, 박자를 말하는 표현이자, 일을 진행하는 빠르기 등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연주자는 작곡가가 앞서 만들어 놓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고, 그 곡엔 작곡가가 박자와 빠르기를 이미 정해 놓았을 겁니다. 연주자마다 빠르기가 다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사를 보면 작곡가가 음악에 빠르기를 지시한 건 바로크 시대였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쓰인 춤 음악은 어떤 춤곡인지만 밝혀 놓으면 빠르기는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바로크 이후 음악의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빠르게’ ‘보통 속도로’ ‘아주 느리게’ 등의 구체적인 작곡가의 지시가 악보에 적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작곡가가 의도한 ‘빠르게’ 템포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베토벤 시대에는 템포를 기계적으로 알려주는 메트로놈이 발명됩니다. 1분에 들어가는 비트까지 표시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기계가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작곡가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님은 “실제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 템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나의 템포감은 주관적이다 못해 밤에 다르고 낮에 다르다"라고 말합니다. 작곡가의 템포감도 이렇습니다. 하물며 연주자는 어떻겠습니까. 템포에는 단순한 속도, 박자 이상으로 연주자나 그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리듬감이라는 의미도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연주자의 개성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면 어떠해야 할까요. 지휘자의 템포 말입니다. 감정과 분위기를 따르는 작곡가처럼, 연주자처럼 지휘자도 템포감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 교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지휘자는 그럴 수 없다. 지휘자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템포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지휘자의 템포에 대한 이 교수님 의견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제가 감명 깊게 읽고, 프로야구 구단에 있던 시절 동료들이나 내부 토론에서 종종 나눠 읽은 글입니다. 원문은 2018년 1월 9일 자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 지휘자의 동작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비트와 박자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멋을 부리고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그다음이다. 흥분해서 빨라져도 안되고 단원들에게 휘둘려도 안된다. 지휘자가 반드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지만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템포감은 꼭 필요하다. 오늘 연습한 템포와 내일 연습한 템포가 다르고 다음날 다시 템포가 바뀌는 지휘자를 단원들은 귀신같이 안다. 그리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더 이상 그의 지휘를 신뢰하지 않는다.
(중략)
저마다 자신의 음악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은 나름대로 템포와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단원 중에는 지휘자가 제시하는 템포와 리듬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또 하나의 복잡한 세상이다. 이런 연주자들을 때로 설득하고 연습시키고 때로 양보하고 때로 기싸움을 해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끌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지휘자의 일이다. 』
이 글에 나온 ‘지휘자’를 스포츠 팀 감독으로, 여러분 조직의 리더, 또는 여러분 자신을 대입해 읽어보세요. 무엇이 떠오르세요.
팀과 조직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러분 자신과 동료, 그리고 스타플레이어, 백업 플레이어를 이번에는 ‘단원’에 넣고 읽어보세요. 어떤 느낌이신가요. 손수건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부채가 필요한가요.
붉으락푸르락 표정관리 안 되는 야구팀 감독님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시기가 왔습니다. 템포가 흔들린 것 이상으로 템퍼(temper, 이성)조차 잃을지 걱정입니다. 인간적으로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한두 경기 승패 결과보다 리더의 약속으로 간주되는 템포가 꼬이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지휘자는 하나의 템포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연주자는 작곡가가 앞서 만들어 놓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고, 그 곡엔 작곡가가 박자와 빠르기를 이미 정해 놓았을 겁니다. 연주자마다 빠르기가 다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사를 보면 작곡가가 음악에 빠르기를 지시한 건 바로크 시대였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쓰인 춤 음악은 어떤 춤곡인지만 밝혀 놓으면 빠르기는 자연스럽게 정해졌습니다. 바로크 이후 음악의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빠르게’ ‘보통 속도로’ ‘아주 느리게’ 등의 구체적인 작곡가의 지시가 악보에 적히게 됐습니다. 문제는 작곡가가 의도한 ‘빠르게’ 템포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베토벤 시대에는 템포를 기계적으로 알려주는 메트로놈이 발명됩니다. 1분에 들어가는 비트까지 표시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은 기계가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지 않습니다. 작곡가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님은 “실제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 템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나의 템포감은 주관적이다 못해 밤에 다르고 낮에 다르다"라고 말합니다. 작곡가의 템포감도 이렇습니다. 하물며 연주자는 어떻겠습니까. 템포에는 단순한 속도, 박자 이상으로 연주자나 그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리듬감이라는 의미도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연주자의 개성입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라면 어떠해야 할까요. 지휘자의 템포 말입니다. 감정과 분위기를 따르는 작곡가처럼, 연주자처럼 지휘자도 템포감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이 교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지휘자는 그럴 수 없다. 지휘자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템포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지휘자의 템포에 대한 이 교수님 의견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제가 감명 깊게 읽고, 프로야구 구단에 있던 시절 동료들이나 내부 토론에서 종종 나눠 읽은 글입니다. 원문은 2018년 1월 9일 자 중앙일보에 실렸습니다.
『 지휘자의 동작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비트와 박자를 나타내 주는 것이다. 멋을 부리고 개성을 나타내는 것은 그다음이다. 흥분해서 빨라져도 안되고 단원들에게 휘둘려도 안된다. 지휘자가 반드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지만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템포감은 꼭 필요하다. 오늘 연습한 템포와 내일 연습한 템포가 다르고 다음날 다시 템포가 바뀌는 지휘자를 단원들은 귀신같이 안다. 그리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더 이상 그의 지휘를 신뢰하지 않는다.
(중략)
저마다 자신의 음악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은 나름대로 템포와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단원 중에는 지휘자가 제시하는 템포와 리듬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또 하나의 복잡한 세상이다. 이런 연주자들을 때로 설득하고 연습시키고 때로 양보하고 때로 기싸움을 해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끌어내는 일, 그것이 바로 지휘자의 일이다. 』
이 글에 나온 ‘지휘자’를 스포츠 팀 감독으로, 여러분 조직의 리더, 또는 여러분 자신을 대입해 읽어보세요. 무엇이 떠오르세요.
팀과 조직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여러분 자신과 동료, 그리고 스타플레이어, 백업 플레이어를 이번에는 ‘단원’에 넣고 읽어보세요. 어떤 느낌이신가요. 손수건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부채가 필요한가요.
붉으락푸르락 표정관리 안 되는 야구팀 감독님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시기가 왔습니다. 템포가 흔들린 것 이상으로 템퍼(temper, 이성)조차 잃을지 걱정입니다. 인간적으로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한두 경기 승패 결과보다 리더의 약속으로 간주되는 템포가 꼬이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지휘자는 하나의 템포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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