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매도청구권 재건축 동의 세대 전원 행사 불요"
집합건물법에 따른 재건축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에게 구분소유권을 시가에 매도할 것을 강제하는 매도청구권의 행사는 매도청구권을 가진 나머지 구분소유자들 전부가 함께 행사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구분소유란 1동의 건물이 구조상 여러 개의 독립한 건물로 사용될 수 있을 때 그 각각을 나눠 전용부분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나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존재하는 다세대주택이 대표적인 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한 다세대주택 구분소유자 8명이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들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지상 2층, 지하 1층 다세대주택의 구분소유자들이다. 이 다세대주택은 모두 9세대가 구분소유하고 있었는데, 건물 노후화를 이유로 2018년 6월 12일 관리단집회가 열려 재건축 결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관리단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 지하층 102호를 소유하고 있던 A씨가 자신의 지분 29%를 이씨에게 넘겨준 것이 문제가 됐다.
재건축 결의는 원고 8명 외에 지하층 102호의 71% 지분을 보유한 A씨까지 전 세대의 찬성으로 이뤄졌는데, 102호의 일부 지분을 취득한 이씨가 자신의 지분을 시가보다 500만원 이상 비싼 4000만원에 매수하라고 버틴 것.
결국 2018년 9월 원고들과 A씨는 이씨에게 재건축에 참가할지 여부에 대한 회답을 촉구하면서 2개월 이내에 회답이 없을 경우 매도청구권의 행사에 따라 이씨가 보유한 지분을 원고들과 A씨에게 각 9분의 1씩 이전하고 102호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집합건물법 제48조는 재건축 결의가 있으면 집회를 소집한 사람이 결의에 찬성하지 않은 구분소유자에게 재건축 참가 여부에 대한 회답을 서면으로 촉구하도록 했다. 그리고 회답을 촉구받은 구분소유자는 2개월 이내에 회답을 해야 하고, 기간 내에 회답을 하지 않은 경우 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정했다. 이 경우 재건축에 찬성한 구분소유자들과 재건축에 참가할 뜻을 회답한 구분소유자들은 재건축에 불참 의사를 밝힌 구분소유자나, 2개월 내 회답을 하지 않은 구분소유자 혹은 그로부터 지분을 승계한 사람을 상대로 보유한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을 시가로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했다.
1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 이씨가 원고들로부터 3480만원을 지급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지분을 9분의 1씩 원고들에게 넘기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소송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심 재판 도중 A씨가 102호 지분 29%를 B씨에게 넘긴 뒤 소를 취하했고, A씨의 지분을 넘겨받은 B씨가 소송 승계참가 신청을 했다가 취하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씨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매도청구권은 형성권(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 매매의 효과가 발생하는)으로, 원고들의 매도청구소송은 합일확정이 필요한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인데, A씨가 재판 도중 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은 실체법상 하나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관리처분해야 할 경우, 즉 관리처분권이 공동으로 귀속된 경우이다"라며 "따라서 형성권이 여러 사람에게 귀속되거나 또는 여러 사람에 대한 것임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런데 집합건물법 제48조 4항은 '제2항의 기간(2개월)이 지나면 재건축 결의에 찬성한 각 구분소유자, 재건축 결의 내용에 따른 재건축에 참가할 뜻을 회답한 각 구분소유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어서, 형성권인 매도청구권이 각 구분소유자에게 공동으로 귀속돼 반드시 공동으로 청구해야 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매도청구권은 각 구분소유자에게 개별적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수인이 행사할 수도 있고, 전원이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매도청구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권리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된다거나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재건축에 찬성한 원고들 전원이 공동으로 재건축에 찬성하지 않은 다른 구분소유자들 전원을 당사자로 해야 하는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소 취하로 원고가 1명 줄어든 점을 감안해, 이씨가 매매대금(3480만원)을 지급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지분을 8분의 1씩 원고들에게 넘기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취지는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를 구분소유관계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구분소유자 전원이 재건축에 참가하는 상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재건축에 참가하는 구분소유자는 재건축에 참가하지 않는 구분소유자의 구분소유권과 대지사용권에 대한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하고, 구분소유자의 자금 부담이 곤란한 경우 등을 고려해 자금력을 가진 구분소유자 이외의 제3자도 재건축 참가자 전원의 합의에 따라 매수 지정을 받은 경우에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데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집합건물법 제48조의 문언과 매도청구권의 취지 등에 비춰 보면, 집합건물법 제48조에서 정한 매도청구권은 위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매도청구권자 각자에게 귀속되고, 각 매도청구권자들은 이를 단독으로 행사하거나 여러 명 또는 전원이 함께 행사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매도청구권 행사도, 그에 따른 이전등기 청구도 반드시 매도청구권자 전원이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집합건물법상 매도청구권의 취지를 토대로 수인의 매도청구권자가 있는 경우 각 매도청구권의 행사가 반드시 공동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도 고유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라고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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