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전원이 반대한 SK '부회장 스톡옵션'
SK "경영진 보상 체계 보다 개선"
최근 주가 하락과 연관 관측도
SK그룹 지주사인 (주)SK가 상반기 동안 가진 여섯차례 이사회에서 단 하나의 안건이 유일하게 부결됐다. 바로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주)SK 부회장의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건이다. 이사회에 올라가는 안건은 이사진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만큼 통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건이 통과하지 못했다는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다.
SK그룹의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Governance·거버넌스)'가 잘 나타난 일례로, SK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지난 2020년 이사회 규정 개정안 부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건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반대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주식매수선택권이란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로, 흔히 '스톡옵션(Stock Option)'으로 불린다. 주식의 행사가액과 시가의 차액으로, 금전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성과 보상 제도다.
스톡옵션을 소유한 임직원은 회사가 성장해야 그 과실을 누릴 수 있기에, 근무 시에 자신의 이익보다는 되도록 기업가치를 높이는 선택을 하게끔 유인할 수 있다. 임금 대신 줄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많은 기업이 시행하고 있다. 스톡옵션은 기존 주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통상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핵심은 주가가 올라야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조대식, 장동현 부회장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자는 안건 역시 이사회를 거쳐 주총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지난 3월6일 당시 주총을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는 스톡옵션에 관한 주총 상정 안건이 최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당사자 제외)이 반대하면서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두 부회장은 앞서 2017년과 2020년에는 이사회 반대 없이 스톡옵션을 받은 바 있다. 조 부회장은 각각 6만7733주와 11만7376주를, 장 부회장은 5만6557주, 9만6662주를 받았다. 다만 실제로 선택권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차액보상 금전지급형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직접 주식을 사고, 팔지는 않고 대신 회사에서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왜 올해는 스톡옵션을 주지 않기로 했을까.
SK는 더 나은 성과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경영진 보상 체계를 보다 개선하기 위해 현 제도를 다시 살펴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주총을 앞두고 결정을 미룬 것"이라며 "스톡옵션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 중에 어떤 것이 더 낫냐를 두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을 없앤 대표적인 예는 삼성전자다. 2004년 삼성전자는 임원들에게 주던 스톡옵션을 없애면서 장기성과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장기성과인센티브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 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산정해 3년간 균등히 나눠 지급한다. 과거 3년간 낸 실적에 대한 보너스를 3년간 나눠 받는다.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을 해도 장기성과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금 한 일에 대한 성과를 미래에 받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당근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스톡옵션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부결이 최근 SK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들어 SK의 주가는 줄곧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1월2일 18만5000원에서 출발한 SK 주가는 1월27일 2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걸으며 최근 13만원까지 내려앉았다. 스톡옵션이 효과를 보려면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반등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동안 경영진에게 주가 관리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SK도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주가 관리 실적을 반영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KPI에서 주가가 차지하는 기준을 기존 30%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주가가 내려가면 경영진은 저조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주가가 내려간 마당에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챙겼다는 비판도 불거질 수 있다.
한편 조 부회장은 상반기 보수로 50억3400만원을 받으며 총수가 아닌 임원으로 유일하게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장 부회장도 상여를 포함해 총 37억8600만원을 받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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