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프라인으로 나온 '쿠팡'…성수동 '메가뷰티쇼' 가보니
사전예약티켓 완판…하루 1000명 넘게 다녀가
“쿠팡 같지 않아 새롭네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카페 쎈느에서 열린 쿠팡의 ‘메가뷰티쇼’ 팝업스토어 주변에는 평일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붐볐다. 푹푹 찌는 더위에 건물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파란색 가방을 하나씩 둘러메고 있었는데, 사전에 예약하고 방문한 고객에게 제공되는 사은품이었다. 사전예약은 쿠팡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1시부터 7시 30분까지 30분씩 끊어 60명 제한으로 진행됐는데, 이날은 일찍이 다 팔려 현장 접수만 가능했다. 팝업에 방문하겠다는 사람만 1000명이 넘은 셈이다.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기분 좋은 향과 브랜드별로 꾸며놓은 형형색색의 부스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총 15개 브랜드(에스트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롬앤, 루나, 에스쁘아, 센카, 닥터자르트, 머지, 피카소, AHC, 센카, 셀퓨전시, 셀리맥스, 라로슈포제, 바닐라코)가 이름을 올렸다. 각 부스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1층에는 이니스프리, AHC 등 대중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았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었기에, 가끔 다른 사람 발에 차일 때도 있었지만, 쾌적함과 시원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소비자를 대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보통의 팝업스토어는 물건을 쌓아두고 판매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엔 포장된 제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추억의 뽑기, 퍼스널 컬러 진단기, 영수증 사진기, 퀴즈 부스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단순히 ‘이거 한번 써보세요, 사은품 얹어드릴게요’ 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예컨대 ‘센카’의 경우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있었는지 등을 퀴즈로 제공한 뒤 맞추면 샘플을 제공하는 식이다. 많은 브랜드가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시물을 업로드 하도록 했지만, 방문자들은 거리낌 없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한 팝업스토어 방문자는 "SNS에 올리니까 친구들이 '이거 알아'라고 답이 오는데요, 여기 좋다니까 내일 온다는 친구도 있어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온라인 강자 쿠팡이 오프라인으로 소비자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부터 온라인상에서 ‘메가뷰티쇼’를 진행해 왔지만, 체험관을 열지는 않았다. 회원사들을 현장으로 꺼내 고객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직장인보다는 젊은이들의 ‘핫플’로 떠오른 성수동을 장소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뷰티 부문을 확장하겠다는 회사의 강한 의지도 반영됐다. 현장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쿠팡 앱 ‘뷰티’ 탭에서 입점한 브랜드 화장품을 2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13만원 상당의 뷰티 박스를 제공하겠다고 내걸었기 때문이다. 쿠팡 앱으로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고객에게 긍정적인 구매 경험을 심어줌으로써 고객 락인(Lock-in)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날 부스에 나온 한 브랜드 마케팅팀 관계자는 "럭키 박스를 받기 위해 제품 구매에 나서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어 이거 봤던 건데' 하면서 제품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는 K-뷰티 컨설팅 부스도 작게 마련됐다. 쿠팡 입점에 관심 있는 화장품 중소상공인들에게 브랜드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쿠팡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로켓그로스팀이 상담을 맡았다. 로켓그로스는 중소상공인들이 상품 입고만 하면 쿠팡이 모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 로켓그로스팀 관계자는 "이날 6개 뷰티업체의 상담이 예약돼있다"며 "쿠팡 입점을 통해 사업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많이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2층 부스까지 모두 돌고 나와 팝업스토어를 다시 바라보니 생필품이 연상되던 쿠팡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럭키박스를 들고나와 밖에 마련된 카페에서 커피를 받고 나오던 한 남성 고객은 "체험 요소가 많아 지루하지도 않았고, 브랜드를 이것저것 다 넣지 않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며 "온라인이랑 전혀 다른 쿠팡이라 좋은데요"라며 자리를 떠났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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