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골절 쉽게 보면 안 돼… 근육·장기까지 파열될 수도"
‘골절 명의’ 고려대 구로병원 오종건 교수
사람의 몸은 평균 200여개 뼈로 구성돼 있다. 이들 뼈 중 어느 한 곳이 부러지면 어떤 식으로든 몸에 불편함이 생긴다. 뼈 종류만큼 골절의 종류도 다양하다. 골절 정도에 따라, 모양에 따라,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종류를 세분화하는 이유는 맞춤 치료를 위해서다. 부러진 뼈가 빨리 붙고 추후 재골절·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뼈 위치와 상태 등을 모두 고려해 세세하게 치료 전략을 짜야 한다. 골절 명의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오종건 교수를 만나 골절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우선 부위 별로 관절면이 부러지는 관절 내 골절과 관절 중간 부위가 부러지는 간부 골절로 분류한다. 골절된 뼈의 외부 노출 여부에 따라서는 개방성·비개방성 골절로도 나눌 수 있다. 개방성 골절은 말 그대로 뼈가 피부 밖으로 노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걸어가던 사람이 승용차 범퍼에 정강이를 치이면 경골이 부러질 수 있다. 이때 경골에는 근육이 덮여있지 않기 때문에, 피부가 찢어지면서 부러진 뼈가 외부로 나온다. 반대로 뼈는 부러졌지만 피부가 덮여 있는 것을 비개방성 골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골절 형태를 기준으로 횡골절, 사선 골절, 나선형 골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 가지 골절은 단순 골절로, 뼈가 부러졌을 때 골절 선이 하나고 뼈가 2개로 분리된다. 이와 달리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졌을 때는 복잡골절이라고 한다.
-골다공증성 골절이란?
앞서 설명한 골절은 뼈가 부러질 만큼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골절이다. 반면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는 뼈가 약해져 살짝 부딪히거나 털썩 주저앉는 등 매우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뼈가 부러진다. 뼈가 약하다보니 골절 부위를 핀으로 고정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골다공증 골절의 경우 모든 형태의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 없어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나?
드물지만 가능하다. 오랜 시간 걸었을 때 발생하는 피로 골절을 예로 들 수 있다. 걷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많이 활동하거나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해오면 스트레스가 누적돼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간혹 골다공증 약을 복용 중인 노인이 대퇴골에 금이 가는 비전형적인 골절도 있다. 약과는 관련이 없으며,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리가 휜 사람도 계속해서 뼈에 힘이 잘못 가해져 금이 생기고 갑자기 부러질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 뼈에 미세한 금이 생기면 몸에서 스스로 치료하는데, 이 같은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뼈가 잘 부러지고 수술 후에도 뼈가 쉽게 붙지 않아 치료가 매우 어렵다.
-골절도 고위험군이 있을까?
뼈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뼈가 가는 사람이 있고 굵은 사람이 있다. 뼈가 가늘면 상대적으로 쉽게 뒤틀리거나 부러질 수 있다. 뼈의 질은 대부분 동일하지만,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에 의해 후천적으로 저하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대표적이며, 일부 스테로이드나 항암제도 뼈를 약하게 만든다. 질환으로 인해 오랜 시간 누워 있는 사람들도 뼈가 약해졌기 때문에 골절 고위험군에 속한다.
사고로 발생하는 골절은 경골(정강이뼈)이 압도적으로 많다. 충격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발목의 경우 비틀리는 과정에서 복숭아뼈가 많이 부러진다. 다음은 손목이다. 넘어질 때 지면을 짚는 과정에서 손목 골절이 자주 발생한다.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은 고관절 골절의 비중이 높다.
-골절이 발생하면 주변 근육·장기에는 영향을 미치나?
뼈가 부러지면 주변 근육이 파열된다. 치료 후 뼈가 잘 붙었음에도 움직임에 불편함이 생기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손상된 근육들이 치유되지 않아 근육 유연성이 떨어지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신경이 손상되면 저림 증상이 발생하고,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 해당 신경과 연관된 부위가 마비되기도 한다. 큰 사고를 당해 개방 골절, 복잡골절을 당하거나 흉부 골절상을 입었을 때는 혈관이나 주변 장기가 손상돼 생명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골반이 부러진 경우에도 과다 출혈로 인해 순식간에 혈압이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못 느낄 수 있나?
통증은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로,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몸에 문제가 있어 보호 기전이 망가진 경우 통증을 못 느낄 수 있다. 심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대표적이다. 신경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다 보니 뼈가 부러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 몸이 계속 붓고 이상 증세가 있어 병원에 온 환자들 중 이미 뼈가 부러진 지 2~3개월이 지난 경우도 있다.
-엑스레이 검사만 받으면 되는 건가?
엑스레이 검사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다. 관절 내 골절은 CT 촬영이 필요하다. 골절 부위가 숨어있어 엑스레이만으로 세밀하게 볼 수 없다. 최근에는 CT 기술이 발달하면서 3D로 골절 부위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수술 계획을 세울 때도 활용하고 있다. 수술 후에도 관절면이 잘 맞는지 보기 위해서는 CT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관절 내 골절이나 관절 주변 골절은 주변 인대 손상이 동반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MRI 검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러진 뼈가 자연적으로 붙을 수 있나?
뼈가 부러지면 주변 혈관들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발생하고 혈종이 만들어진다. 이를 골절 혈종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골절 혈종이 뼈로 바뀌고, 서로 연결되면서 뼈가 붙는다. 문제는 그대로 두면 뼈가 붙되, 삐뚤어지게 붙는다. 그래서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다. 의료진은 뼈 모양을 맞추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하며, 이를 위해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 없이도 뼈가 붙을 수 있는 부위는?
수술 없이도 치유되는 골절은 많다. 손목 골절이 대표적이다. 손목뼈가 부러지면 우선 의료진이 부러진 부위를 맞춘다. 이후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뼈가 잘 맞춰졌는지, 그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잘 맞춰졌고 유지된다고 판단되면 흔들리지 않도록 깁스를 착용하면서 2~3개월 경과를 지켜본다. 어깨 골절 또한 뼈가 많이 어긋나지 않고 살짝 금만 갔다면 팔걸이를 하면서 3~4주 씩 상태를 확인한다.
관절 내 골절은 어긋난 관절면을 맞추기 위해 절개 수술이 필요하다. 절개 수술의 경우 골막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세 침습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 가지 골절 부위를 치료할 때 부위 별로 여러 수술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뼈를 맞췄음에도 뼈가 어긋난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간부 골절은 뼈에 구멍을 뚫어 뼈 속에 금속을 집어넣는 골수강 내 금속정 고정술을 실시한다. 반면 뼈 끝이 부러졌을 때는 금속을 넣어 고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뼈 외면에 금속판을 대고 못을 박아 고정한다. 주로 관절 주변 골절을 치료할 때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수술 방식은 골절의 해부학적 위치와 패턴에 따라 결정한다.
-사람마다 뼈 붙는 속도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뼈 유합 속도에 관여하는 요인은 나이다. 성장이 끝나기 전에는 뼈가 잘 붙고, 성장이 끝난 후에는 붙는 속도가 조금씩 더뎌진다. 성장기는 뼈가 자라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뼈 생성 자체가 매우 왕성하고 골막도 두툼하기 때문이다. 60대에 접어들면 세포 활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뼈가 붙는 속도 또한 상대적으로 느리다. 부위별로도 붙는 속도가 다르다. 근육이 잘 쌓여 있는 부위는 뼈가 잘 붙는다. 대퇴골(넓적다리 뼈)가 대표적이다. 반면 경골은 주위에 근육이 없어 상대적으로 뼈가 잘 붙지 않는다.
-골절이 잘 치료되려면?
골절 치료는 환자의 빠른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뼈가 좋은 위치에 잘 붙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건 환자가 빨리 기능을 되찾아 일상에 복귀하는 것이다. 골절상을 입은 뒤 1개월 후 일상에 복귀하는 것과 6개월 후 복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관절 내 골절의 경우 관절 강직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예후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소가 골절 정도라면, 두 번째는 의사의 역할이다. 환자가 빨리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할 때 뼈를 잘 맞추고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마지막은 환자의 몫이다. 환자가 치료 과정을 잘 따라와야 효과적인 골절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 후 주의사항이 있다면?
움직일 수 있다면 팔이든 다리든 관절 운동을 바로 시작하는 게 좋다. 팔은 주먹을 쥐었다 피는 것만으로도 손목 관절 주변에 큰 압력이 가해져 뼈의 강도를 유지하고 뼈가 붙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 역시 목발을 사용해서라도 조금씩 땅에 발을 디뎌야 한다. 흡연은 금물이다. 담배가 골절 치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직이 노화되면서 근력·유연성이 떨어진다.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운동은 낙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오토바이를 타지 말았으면 한다. 오토바이는 맨몸에 안전벨트 하나 없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환자 중에서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다가 다쳐서 온 환자가 매우 많다. 부상 정도도 심하고 부상 부위도 다양하다. 타야 한다면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조심히 타려는 노력이라도 필요하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과장을 맡고 있으며, 골절, 만성골수염, 불유합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대한골절학회 회장과 국제골절치료연구학회 아시아·태평양 교육위원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주요 학회 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세계적 골절 치료 명의인 오종건 교수는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 수술법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독자 개발한 경골 고평부 후외측 골절 수술법으로 미국정형외과학회 골절분야 ‘최우수 수술술기 비디오상’을 수상했으며, 직접 고안한 대퇴골 근위부 골절 치료법이 국제골절치료연구학회 표준수술법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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