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고 자퇴 백강현군 父 “언어폭력에… 27㎏→22㎏”

김판 2023. 8. 2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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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로 동급생들 괴롭힘 시달렸다’ 주장
문제제기 후 외톨이 전락…체중 5㎏ 빠져
백강현(10)군.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하며 화제를 모았던 영재소년 백강현(10)군 측이 한 학기 만인 지난 18일 자퇴 소식을 알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백군의 아버지는 ‘학교폭력’ 때문에 백군이 자퇴를 결심했다며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백군이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렸지만 학교 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백군 아버지는 백군이 중간고사를 끝낸 지난 5월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별과제’를 두고 백군이 동급생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백강현군 아버지가 20일 오전 유튜브 채널에 백군 자퇴 후 다른 학부모로부터 협박메일을 받았다면서 자퇴 진짜 이유에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폭로를 예고하는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백군 아버지는 21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서울과학고는 조별과제, 조별발표 등이 많은데 강현이가 있는 곳에서 ‘저놈이 우리 조에 속하면 망한 조다’ ‘(강현이가) 들어오면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폭망한다’ 이런 말을 했다”며 “조별과제를 할 때도 강현이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못하게 앉혀놓기만 했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별과제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옆에 앉혀놓기만 하니까 강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 ‘스마트폰 본다, 게임한다’면서 나쁜 아이로 만들어버렸다”며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주고 투명인간 취급했으면서. 디씨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에 대해 ‘저 X신, 바보, 찐따 X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신 X끼’ 등의 욕설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강현이가 얘기하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죽을 정도로 힘들다고 표현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학교에 찾아갔다”고 덧붙였다.

백군의 아버지는 두 명의 학생이 이 같은 따돌림을 주도했고, 다른 학생들도 이에 동조하고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백군 아버지는 이런 피해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고, 그 뒤에 직접적인 괴롭힘은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백군 아버지는 “아이가 완전히 외톨이가 됐다. 어린애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온종일 한 명도 말을 안 걸어줬다”고 토로했다. 입학 당시 몸무게가 27㎏이었던 백군은 현재 22㎏까지 체중이 줄었다고 한다.

또 백군 아버지는 학교에서 학폭 신고를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측에 조별과제를 단독 발표할 수 있게 부탁했지만 ‘학교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며 거부당했다고 했다.

백강현(10)군이 지난 19일 유튜브채널에 올린 자퇴 알림글. 유튜브 캡처


사실 백군의 아버지는 자퇴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9일 백군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돼가는 저를 보게 됐다”며 자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털어놓은 뒤 협박 메일을 받고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백군 아버지는 다음날인 20일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메일 작성자는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했다고요?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 하지 말아야지요”라면서 “유튜브 삭제하고 학교 관련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짓말 더 이상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백군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면 ‘봐라, 천재라고 하더니 공부 못 따라가서 나간 거잖아’라는 소리를 강현이가 듣기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악몽을 잊고 좋은 추억으로 끝내고 싶었다. 겉으로는 강현이가 학교 생활을 잘만 한 것처럼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그만두기 이전에도 유튜브에 악플(악성 댓글)이 정말 많았다. 이걸 터뜨리지 않으면 앞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계속 이런 악플과 협박을 받을 것 같아서 그런 고리를 끊어내고 싶었다”고 폭로 배경을 밝혔다.

백군 아버지는 현재 백군의 상태에 대해 “예전과 다르게 눈동자에 초점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라며 “정신과도 데리고 가 보고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군 아버지는 조만간 추가 영상을 통해 백군의 학교 생활과 자퇴 배경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2012년 11월생인 백군은 생후 41개월 때인 2016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수학과 음악, 작곡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2차 방정식을 풀어내 유명세를 탔다.

IQ 163(멘사 기준 IQ 204) 상위 0.0001%의 영재로 알려진 백군은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듬해 바로 5학년으로 조기 진급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중학교에 조기 입학, 지난 3월엔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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