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이 물러나지 않아' SwStr% 5.7%…김하성의 적응력
배중현 2023. 8. 21. 06:02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헛스윙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만큼 타석에서의 대처가 인상적이다.
김하성은 20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KBO리그 출신 메릴 켈리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지난 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15경기 만에 손맛을 봤다. 도루 27개를 기록 중인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 달성에 홈런 4개만 남겨놨다.
올해 김하성의 괄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 비율(SwStr%)이다. 메이저리그(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19일 기준 김하성의 SwStr% 5.7%로 전년 대비 1.5%포인트(p) 하락했다. 2021년 빅리그에 데뷔한 김하성의 첫 시즌 SwStr%는 8.6%, 지난해에는 7.2%였다.
올 시즌 MLB 타자 중 SwStr%이 6% 미만인 선수는 9명이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82년 만에 '시즌 4할 타율'에 도전하기도 했던 루이스 아라에스(마이애미 말린스)의 SwStr%이 3.1%로 최저.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가디언스·3.9%)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애스트로스·4.9%)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5.1%)가 뒤를 잇는다.
김하성은 전체 8위로 무키 베츠(LA 다저스·6.0%)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6.7%)를 비롯한 쟁쟁한 선수들보다 수치가 더 낮다. 샌디에이고의 팀 SwStr%이 18.1%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는 걸 고려하면 김하성의 '적은 헛스윙'이 더욱 눈에 띈다. MLB 30개 팀 중 팀 SwStr%이 가장 낮은 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14.3%이다.
SwStr%가 낮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타격왕에 오른 제프 맥닐(뉴욕 메츠)의 올 시즌 SwStr%은 전년 대비 0.9%포인트(p)가 떨어진 6.5%. 헛스윙을 적게 했으니 타율이 더 오를 법하지만, 오히려 그의 타율은 0.326에서 0.259로 크게 하락했다.
김하성의 차이점은 뭘까.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대한 스윙 비율(O-Swing%)이 지난해 27.5%에서 21.6%까지 줄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의 콘택트 비율(O-Contact%)이 74.%에서 75.4%로 향상하면서 더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김하성은 상대 공 배합을 잘 읽는다. 눈에 공이 잘 보인다고 표현해야 할 거 같다. 변화구 대처도 잘하고 있다"며 "투수가 위기 상황에서 주 무기를 던지더라도 김하성은 쫓아가면서 배트에 공을 맞힌다. 어이없이 물러나는 모습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김하성을 바라보는 현지 평가도 달라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19일 자체 개발 프로그램으로 평가한 NL 최우수선수(MVP) '중간 순위'를 공개하며 김하성의 이름을 5위에 올렸다. 133.8점을 획득한 김하성은 133.9점인 4위 맷 올슨(애틀랜타)에 근소하게 뒤졌다. 올슨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MLB 홈런 공동 1위(43개)인 강타자. 로날드 아쿠나 주니어(애틀랜타·147.1점) 베츠(145.7점) 프레디 프리먼(다저스·143.9점) 같은 슈퍼스타들과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김하성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수비 잘하는 이미지에 타격까지 잘 되니까 평가 자체가 이전과 확 달라졌다. (거물급 선수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상대적으로) 몸값이나 이름값이 떨어졌는데 이렇게 해주니 더 돋보인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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