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구직난 시대, 농촌에서 답을 찾다 [쿠키청년기자단]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아르바이트 채용을 꺼리고 있어 구직자들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일할 수 있는 농촌 단기 아르바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도농 인력 중개 플랫폼이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운화정보원이 운영하는 농작업 구직구인 정보 인력 중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일손이 필요한 농가들에 일력을 공급하고, 구직자에게 단기 인력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농가에서 중개센터에 일손을 요청하면,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를 신청한 구직자를 매칭해주는 식이다.
플랫폼은 도시와 농촌의 일자리를 중개해 농촌 일손 문제를 해결하는 교량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의 유휴인력을 적극 활용해 농촌으로 유입시켜 구직자에게는 일자리 제공을, 구인자에게는 인력 제공을 하는 윈-윈 전략인 셈이다. 단순 구인 광고 위주였던 기존 농촌 인력 중개 시스템과 달리 구직자가 PC나 모바일로 쉽게 일자리를 알아보고 신청을 할 수 있다. 일하고 싶은 관심 지역과 농작업 종류 등을 선택해 인력등록을 해 두면, 인력 등록 후 실시간으로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도 하다.
일자리 공고는 대부분 단기 일자리다. 농가에 일자리가 있는 경우 언제든 구직자가 원하는 시기와 기간에 맞추어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달 10일 오전 9시, 김포에 있는 고촌농협 농촌 인력 중개 센터에서 일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도농 인력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자리 참여 신청을 한 지 하루만이었다. 담당자는 블루베리 농장에서 일손이 급하다고 해서 당일에 연락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일반적으로 농작업 스케줄은 희망일 3일 전 협의한다.
농작업 전, 먼저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에 위치한 고촌농협 농촌인력 중개센터를 방문해 인력 등록을 해야 했다.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발해 고촌역까지 지하철로 50분 남짓이었다. 고촌역 2번 출구로 올라오니 곧장 고촌농협이었다. 역 주변에 패스트푸드점, 드럭스토어, 편의점, 카페가 즐비했다.인력 등록을 마치자, 담당자는 만 26세 고촌농협 최연소 작업자가 탄생했다며 축하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청년 인력이 많이 유입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작물 특성상 농장주들이 힘을 잘 쓰는 사람보다는 섬세하고 꼼꼼하게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촌농협의 경우 10개 정도의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 생산 품목은 오이, 포도, 국화, 블루베리 네 가지 종류이다.
청년들은 대부분 농사일 경험이 없을 텐데 괜찮냐고 물으니, 담당자는 농작물 종류에 따라서 비 경력자도 선발한다고 했다. 지난 6월19일 도농 인력 중개 사업을 시행한 고촌농협은 7월10일 기준 총 55명이 신청해 30명의 인력이 매칭되었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비 경력자라고 한다.
고촌역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에 도착했다. 일을 하기 위해 직접 챙겨 간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블루베리 나무와 풀에 베이지 않게 긴 바지와 긴팔 티셔츠를 입었다. 챙이 큰 모자까지 쓰고 나니 그럴싸한 작업자 같았다. 작업 전 농장주 조영환 씨가 블루베리 수확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블루베리 꼭지가 검은색인 것이 완숙 과실이라고 했다. 그는 꼭지에 붉은 기가 남아 있다면 아직 덜 익은 것이니 파지로 분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약 10분간의 실습 후에 실전에 배치되었다. 블루베리를 한 손에 움켜쥐어 뜯으니 과실 껍질이 찢어졌다. 미숙한 손짓에 실수로 아직 덜 익은 열매를 따기도 하고 농익은 열매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블루베리는 수확 적기에 작은 과실을 꼼꼼하고 빠르게 따는 것이 중요해 여성과 청년들을 선호한다는 조씨의 말이 이해가 갔다.
밭일을 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드디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블루베리를 쥐고 살살 흔드니 검은 꼭지의 과실만 쏙쏙 떨어졌다. 30도가 넘는 덥고 습한 날씨에 땀이 났지만 종종 부는 시원한 바람이 힘이 되었다.
일에 익숙해지고 나니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았다. 과실을 따고 담는 단순 반복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열매에 집중하다 보니, 현실의 걱정을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 넓은 밭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혼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잠시 힐링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사람에게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도, 무례한 손님도 없다. 심지어 사장님의 불필요한 감시와 참견도 없다. 그날 자기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 농작업이다.
4시간 동안 총 10kg의 블루베리를 수확했다. 조씨는 다음 날도 와 줄 수 있냐고 물으며, 바로 일급을 이체해 줬다. 4시간의 노동 끝에 교통비를 포함해 총 5만원의 일당을 받았다. 기본 시급의 경우 농작업마다 다르지만 기본 1만원부터 시작한다. 올해 최저 시급인 9620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이와 함께 도농 인력 플랫폼에서 교통비를 따로 챙겨주었다. 관내 거주자 중 이동 거리 30km 미만은 교통비 5000원을 지급하고, 30km 이상이거나 관외 거주자면 교통비 1만 원을 지급한다.
수도권이 아닌 경상도나 충청도 같은 지방의 경우 숙소와 숙박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구직자가 3일 이상 연속해 농작업에 참여하는 경우 플랫폼에서 1박당 2만원씩 숙박비를 지급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에서 구직자를 위한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운영한다. 이는 교통비와 중복 지급이 가능하다.
조씨는 “이전에는 알바 구인 구직 포털에 구인 공고를 올렸는데, 공고 조회수 자체가 높지 않았다. 당연히 일손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도농 인력 중개 플랫폼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밭일이나 과육이 여린 작물의 경우 섬세하고 손이 빠른 청년이나 여성 인력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젊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온다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권혜진 쿠키청년기자 hannahke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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