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룰 너무 복잡해졌다" 세계 최초로 '룰' 따진 韓 '골프박사'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이 18일 용인대학교 대학원에서 ‘골프 규칙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구 –형평성 이념(Equity)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체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 나온 골프 규칙을 주제로 한 박사논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골프 규칙을 주제로 한 논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은 서강대 정치학과와 동대학원,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대학원을 수료했다. 이후 연구, 출판업계에서 일하다 골프의 역사와 규칙에 관심을 가져 용인대의 골프학과로 편입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골프 규칙을 관장하고 있는 영국(R&A, 2014년)과 미국(USGA와 PGA 공동 개최, 2015년)의 레프리 스쿨을 이수했고 두 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R&A: Pass with Distinction, USGA와 PGA: achieved the highest level of rating)을 한국인 최초로 획득했다.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을 역임하고 직후 KLPGA 경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최 전 위원장은 깔끔한 경기 운영으로 KLPGA 투어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7년여의 재임 기간 동안 KLPGA 투어의 과학적인 경기운영과 경기위원회의 전문화를 위한 기초를 다졌다”고 자부했다. 최 전 위원장은 올해 박사 논문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임했다.
논문은 ‘골프는 진실을 추구하는 게임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러프 속에 있어서 찾지 못한 볼(진실)은 분실된 볼(사실)이 된다.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은 3분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골프는 진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영하고 있는 사실을 추구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골프규칙은 1744년 한 페이지로 시작됐다. 280여년이 지난 지금은 200페이지가 넘고 해설서는 500페이지가 넘는다. 최 전 위원장은 “골프규칙은 너무 복잡해졌다. 그 진화 과정이 건강한 상태인가”라고 묻는다.
그는 “규칙이 방대해지고 복잡해지면 플레이어들은 레프리나 위원회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골프규칙의 축소지향적인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했다. 골프 규칙 제정기관이 일반 골퍼를 위해 룰을 간단하게 만들고, 규칙의 빠른 이해를 위한 퀵 가이드와 Q&A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봤다. 골프는 본질적으로 골퍼 스스로가 레프리가 되어 진행되는 정직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골프규칙은 모든 상황을 규칙에 규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규칙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분쟁은 형평의 이념에 의하여 결정됐는데, 앞으로는 위원회가 결정하도록 골프규칙이 개정된 점을 “기록되지 않은 지도에 의존하여 항해하며 등대의 불빛을 없앤 격이며 철학적 사고의 결핍”이라고 지적했다.
골프규칙은 앞으로도 진화해 나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위원회의 기능과 권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최 전 위원장은 전망했다. 위원회의 책임은 막중해졌으며, 이에 부응 경기위원회의 전문화는 피할 수 없는 지상과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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