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교류에서 뮤지컬 제작 노하우 배우고 싶다”
대만은 3대 도시인 타이페이, 타이중, 가오슝에 국립공연예술센터 소속 국립극장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대만 중부 타이중에는 2016년 설립된 타이중 국립극장이 자리하고 있다. 타이중 국립극장은 대만에 지어진 첫 번째 오페라극장으로 여름과 겨울에는 각각 뮤지컬과 오페라 중심의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대만 뮤지컬의 플랫폼’을 꿈꾸는 타이중 국립극장은 한국 뮤지컬 초청과 한국 창작진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7일 개막해 9월 3일까지 뮤지컬 7편을 비롯해 9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올해 ‘NTT-FUN Summer Fun Time’에는 한국 제작사 글로벌 콘테츠의 뮤지컬 ‘삼총사’(8월 18~20일 대극장)와 한국 창작진의 멘토링을 받은 ‘Chinese Cupid of Hok Khi Temple(請聽神明的話)’이 포함돼 있다. 타이중 국립극장을 이끄는 조이스 치우(Joyce CHIOU) 극장장을 만나 대만 뮤지컬계 현황 및 한국 뮤지컬계와의 협업에 대해 들어봤다.
치우 극장장은 “타이중 국립극장은 1987년 대만의 첫 번째 전문 공연장인 타이페이 양청원(국립극장&콘서트홀) 이후 30년만인 2016년 설립된 극장”이라면서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토요가 설계했는데, 공간 자체가 기존의 전형적인 극장과 매우 다르다. 시민이 극장을 친근하게 느끼고 이용하도록 공간이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극장 안팎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공연을 올리는가 하면 뉴미디어 예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 극장의 운영에 있어서 친환경 등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고 덧붙였다.
타이중 국립극장은 여름마다 국내외 뮤지컬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대만에 소개된 첫 한국 뮤지컬 ‘헤드윅’과 ‘팬레터’도 타이중 국립극장 초청이었다. 치우 극장장은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를 거쳐 2018년 4년 임기의 타이중 국립극장 극장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연임됐다.
“개인적으로 음악과 연극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대본을 쓰고 연출한 적도 있고요. 타이중 국립극장 중·대극장은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갖춘 만큼 뮤지컬을 발전시키기에 좋습니다. 타이중의 경우 대만 중부에 있어서 타이페이나 가오슝에서부터 접근성이 좋고, 대대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인 것도 뮤지컬 발전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치우 극장장이 타이중 국립극장을 대만 뮤지컬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참고 대상으로 꼽은 것은 한국이다. 한국 뮤지컬이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산업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대만 매체들과 함께 서울에 가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을 봤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관람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후 오케스트라 쪽에서 일하느라 한국 뮤지컬을 접하지 못하다가 2018년 타이중 국립극장 극장장 부임 후 다시 서울에 갔다가 한국이 10여 년 만에 뮤지컬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킨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제 서울은 뉴욕,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뮤지컬 시장이 됐다”면서 “대만의 첫 창작뮤지컬이 1987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이나 대만의 시작 단계는 비슷했지만, 대만에선 아쉽게도 뮤지컬 시장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갔을 때 대학로 중소극장에서 뮤지컬이 활성화된 모습은 내게 큰 영감을 줬다. 대만도 작은 공연장에서 다양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만 공연시장의 규모는 12.7억 대만달러(2018년 양청원 자료, 한화 약 535억원)이며 연극/뮤지컬 50%, 클래식 28%, 무용 9% 순이다. 연극/뮤지컬 가운데 뮤지컬만 따지면 전체의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치우 극장장은 “대만 인구(2392만명)는 한국과 비교해 매우 적기 때문에 한국만큼 시장이 커지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만의 문제는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이 적다는 것이다. 대만도 서울 대학로처럼 작은 공간을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 뮤지컬 활성화를 위한 걸림돌로 극장 부족과 함께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인재 양성 시스템이 지적된다. 이 때문에 타이중 국립극장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뮤지컬 지망생들에게 창작 및 실기를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뮤지컬협회와 손잡고 매년 한국 작가의 멘토링을 받는 ‘뮤지컬 작가 육성 프로젝트’ 운영도 그 중 하나다.
“대만 대학에 아직 뮤지컬학과가 없다 보니 우리 극장에서 학생들에게 뮤지컬 관련 이론과 실무를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 유학을 다녀온 대만 뮤지컬계 관계자들이 등장하는 데다 예전과 달리 인터넷으로 한국 정보를 얻기가 쉬워진 점은 고무적입니다. 대만 뮤지컬 산업의 발전은 우리 극장을 비롯해 공연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타이중 국립극장은 앞으로도 한국 뮤지컬을 꾸준히 초청하는 등 교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과의 공동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치우 극장장은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속담이 있다. 대만 뮤지컬계가 한국 뮤지컬계와의 교류를 통해 뮤지컬 제작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타이중 국립극장이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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