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입에서 나온 "forever" 선언…29년 전 YS 상상도 못한 일 [3국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 간 회동이)정례화하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회동이 있을 것입니다.”
1994년 11월 17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사흘 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김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총리의 ‘긴급 회동’은 한·미·일 정상 간 최초의 3자 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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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파트너십 새 시대 출범”
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정상급뿐 아니라 관련 모든 각료가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올해 뿐이 아니고, 내년 뿐도 아니고, 영원히(forever) 말이다. 그게 우리가 의도하는바”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3국이 이번에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연 만큼 이를 영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한 3국 정상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국내정치적 변수다. 미국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수시로 위협하던 동맹 경시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내년 대선에서 그가 당선될 경우에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정부 교체 뒤 국내정치 리스크
실제 18일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당신의 전임자이자 후임자가 되려고 하는 이가 '최고사령관(대통령을 지칭)'으로서 공공연히 주한미군 축소를 이야기하는데 아시아 국가들이 얼마나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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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각료급 3자회의 대거 정례화
이번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 3국 협력 역사상 최초로 ▶정상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회담을 한 해에 한 차례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여러 변수를 넘어 3국 협력체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그간 정상과 외교·국방 장관 및 국가안보실장 간에는 3자 협의가 이뤄져 왔으나, 정기적 회동이 아니라 다자회의에 모이는 김에 만나거나 특별한 사건, 상황에 국한됐다. 또 상무·산업장관 간 정례 회담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졌고, 3국 간 재무장관 회의도 출범할 예정이다. 3국은 차관보급에서 참여하는 ‘인도 태평양 대화’도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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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일본의 마음’ 보여줄 필요
결국 핵심은 3국 협력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 관계 관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일본과의 준군사동맹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확히 설명하라”(19일 권칠승 수석대변인)고 비판하고 나섰다. 국내적으로 언제든 국민적 반일 정서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한 회복 조치 지원 등 한국민의 우려가 큰 사안에 대해 보다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이와 관련, 1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양국 관계를 더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일본의 일·한 관계에 대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고, 저희도 노력을 경주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더 나아가 어렵게 첫발을 뗀 한·미·일 3자 간 안보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는 일본 측이 이런 ‘일본의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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