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럽도 한∙미∙일 영역…3국 정상 뭉쳐 러시아 코너 몬다 [3국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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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공동 대응 시사
이날 발표된 3국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서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다른 어떤 현안보다 가장 먼저 언급된다. 3국 정상이 "지정학적 경쟁,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그리고 핵 도발이 우리를 시험하는 역사적 기로에서 만나게 됐다"면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겨냥해선 "재앙과도 같은(catastrophic) 침략 전쟁", "언어도단의(egregious) 행위" 등 그간 없던 강도 높은 표현이 쓰였다. 또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있어 단합한다"며 "국제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잔혹한 침략 전쟁에 대항하여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또한 3국 정상이 별도로 채택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문서에는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돼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긴장 고조 행위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3자 협의를 가동할 수 있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실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대목에는 "영토보전, 주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거부된다면 우리 지역에 대해서도 위협을 의미한다는 견해를 재확인한다"고 돼 있다. 원칙을 어긴 러시아는 이미 3국 공동의 위협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3국 정상은 또 "현재 그리고 차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지역 및 글로벌 평화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성명에서 약속했다. 내년에는 한ㆍ미ㆍ일이 동시에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를 갖게 되는데, 그간 러시아와 중국의 '몽니'로 우크라이나 전쟁 앞에서도 무력해진 안보리에 3국이 뭉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무기 거래도 저격
3국 공동 기자회견에선 러시아를 향한 날선 경고의 메시지가 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왔다. 그는 "북한이 무기 거래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가능성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그간 미국은 북ㆍ러 간 무기 거래 증거를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대북, 대러 독자 제재에 나섰지만 3국 정상 차원에서 이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바로 옆에 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과거 발언 등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 글로벌 문제다. 아시아에서 침공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부터 F-16 전투기까지 '게임 체인저'급 무기 지원에 속속 나서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대반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선 한ㆍ일의 기여도 절실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ㆍ러 반작용 우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방문했던 3국 정상이 나란히 서서 러시아를 겨냥하는 장면 자체가 강력한 대러 압박의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조만간 한ㆍ미ㆍ일 공조 '찔러 보기'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한ㆍ미ㆍ일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은 실제 운영하기에 따라 단순한 협의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 더 심도 있는 안보 분야의 공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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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의존' 끊어내야
한편 이번 공동성명에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 경감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는 대목이 처음으로 명시됐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한ㆍ일이 러시아의 주수입원인 원유 수출 차단에 모범을 보여 대(對) 러시아 '고사 작전'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비중은 당초 약 5%대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점차 줄어 1%대로 떨어진 상태다. 다만 일본의 경우 올해 러시아산 석유를 유럽이 정한 상한선을 넘긴 가격에 수입하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좀처럼 낮추지 못하고 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포함해 에너지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한ㆍ일 또한 예외 없이 대러시아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이 던진 셈"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속되는 글로벌 유가 불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으로서는 러시아 산 석유·가스 수입을 줄이는 장기적 대책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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