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했을 때 검지·엄지 사이 움푹 들어간 곳 누르는 이유

이슬비 기자 2023. 8.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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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곡혈을 자극해 수양명 대장경락이 흐르는 모든 부위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사진=자생한방병원 제공
속이 안 좋을 때 습관적으로 검지와 엄지 사이 움푹 들어간 곳을 누르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곳을 합곡혈(合谷穴)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합곡혈 지압은 소화계 통증만 완화하는 게 아니다. 합곡혈을 누르면 분만통, 치통, 흉통 등이 있을 때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논문으로 증명됐다. 도대체 어떤 원리인 걸까?

◇혈 자리, 같은 기혈 흐르는 기관 통증 잡아
합곡혈은 한의학 대표 경락인 수양명 대장경락에 있는 혈 자리다. 경락은 인체 내 기혈이 흐르는 통로인 경맥과 거기서 흩어져 나온 통로인 낙맥을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합곡혈은 국제표준경혈의 LI4(Large intestine meridian 4)에 해당하고, 중국에서는 호쿠(Hoku)라고 부를 정도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졌다.

한의학에는 경락이 지나가는 부위에 생긴 질환을 경락에 있는 혈자리로 치유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 소화기·보양 클리닉 고석재 교수는 "합곡혈이 지나가는 수양명 대장경락은 둘째손가락 손톱 끝에서부터 어깨, 가슴, 폐, 대장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분지는 어깨, 목, 잇몸, 코를 지나간다"며 "수양명 대장경락이 지나가는 부위의 통증 질환은 합곡혈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분만통, 치통, 흉통 등을 합곡혈에 자극을 줘 완화했다는 논문들이 있다. 지압법은 간단하다. 지압하려는 합곡혈의 반대 손가락 엄지와 검지로 합곡혈을 꼬집듯이, 살짝 아프다고 느껴질 정도로 꾹 눌러주면 된다. 10초로 5회씩 양손 모두 지압하면 된다.

◇스위치로 전등불 켜듯, 합곡혈 눌러 통증 조절
합곡혈로 통증을 완화한 내용을 다룬 대표적인 논문으로 2018년 이란 알람의대 자바허 카자비칸(Javaher Khajavikhan) 교수 연구팀의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분만통이 있을 때 합곡혈을 지압하니 통증의 시간과 강도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확인했다. 분만할 땐 결장이 자궁 윗부분을 둘러싸고 있어, 분만통도 합곡혈로 다스릴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의보감에도 합곡혈은 순산을 위한 혈 자리로 소개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합곡혈이 가장 많이 사용될 때는 역시 소화불량이거나 체했을 때다. 노원자생한방병원 송주현 병원장은 "합곡혈을 지압하면 떨어진 위장 기능을 회복시켜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의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혈압을 내리고 염증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실제로 통증이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진 곳을 눌러,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걸까? 고석재 교수는 "전등을 켤 때 직접 등을 만지지 않고 스위치로 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며 "한의학에서는 통증 부위와 먼 곳에 뜸이나 침으로 자극을 줘 치료하는 것을 원위취혈이라고 하는데, 아직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경락의 실체를 중추·말초 신경의 일부로 보는 것이다.

◇혈 자리 얼음찜질로도 통증 완화 효과 볼 수 있어
합곡혈을 지압이 아닌 얼음찜질로도 치통, 분만통 등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미국 미시간대 보완대체의학 잔 라이슬러(Jeanne Raisler) 교수가 합곡혈을 얼음찜질해 산통을 완화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인도, 터키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석재 교수는 "지압이 아닌 얼음찜질로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관문 조절 이론으로 주로 설명된다"고 했다. 관문 조절 이론은 뇌로 전달되는 감각 통증 신경을 얼음의 저온 자극 같은 다른 자극으로 간섭해 상쇄시킨다는 이론이다. 고석재 교수는 "한의학과 양의학은 서로 다른 이론을 근거로 해, 한의학에서는 합곡혈에 얼음찜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며 "침, 뜸, 지압 등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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