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미지들의 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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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한 저서 '밝은 방'에서 "카메라의 대물렌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자마자, 모든 것이 변한다. 왜냐하면 나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으로 나 자신을 바로잡고, 순간적으로 나의 신체를 다르게 만들어내며, 미리 나 자신을 이미지로 변신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적은 바 있다.
이 책의 출간연도가 1980년도라는 사실을 고려해 봤을 때, 그때보다 사진의 촬영과 유통이 비교할 수 없이 간편해진 2023년인 지금 그가 지적하고 있는 '이미지로서의 신체'는 우리 삶에서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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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는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기록한 저서 ‘밝은 방’에서 “카메라의 대물렌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자마자, 모든 것이 변한다. 왜냐하면 나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으로 나 자신을 바로잡고, 순간적으로 나의 신체를 다르게 만들어내며, 미리 나 자신을 이미지로 변신시키기 때문이다”라고 적은 바 있다. 이 책의 출간연도가 1980년도라는 사실을 고려해 봤을 때, 그때보다 사진의 촬영과 유통이 비교할 수 없이 간편해진 2023년인 지금 그가 지적하고 있는 ‘이미지로서의 신체’는 우리 삶에서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표정을 짓는다. 나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기보다 다른 인물 사진 속에서 봤던 것을 따라 하는 일에 가깝다. 나의 말투, 표정과 입는 옷 역시 미디어에서 봤던 대상과 은연중에 닮아간다. 요즘에는 식료품 또한 직접 마트에서 구매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다. 집 앞에 놓여 있는 두부, 토마토, 버섯은 곧장 나의 냉장고로 들어간다. 마트를 걸으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식재료를 비교하는 일은 일상에서 사라졌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물을 직접 대면할 기회는 줄고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세계와 만나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복잡한 역사를 가진 실제의 우리 자신보다 이미지로서의 스스로를 연출하는 일에 집중한다. 타인의 모습과 이미지 또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는다. 다른 사람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호의를 주고받고, 미워하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입체성을 이해할 기회를 잃고 있다. 우리는 타인을 납작한 이미지로 이해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혐오 범죄가 늘어가는 이유 역시 미디어를 통해 변형된 방식으로 타자를 접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실체보다 이미지로서의 타자는 혐오하기 더욱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인간의 복잡함을 상실해 간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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